재정부 "환율 10원↑ 여행수지 年 2억8천만달러 개선"
3월 이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한국 경제의 고질적 병폐인 서비스수지 적자가 다소나마 개선되고 수출 증가율도 확대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이를 두고 환율을 올려 서비스수지 적자 규모를 줄이고 수출을 늘리겠다는 고환율 정책이 지속하면서 이른바 '강만수 효과'가 서서히 발휘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고환율 정책이 고유가와 맞물리면서 한국경제로선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좀 더 많다는 의견이 우세하고 정부도 최근 물가 상승을 의식해 환율정책의 방향을 전환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환율정책의 방향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 "환율상승으로 서비스수지 개선"
1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서비스수지는 9억8천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3월의 6억8천만 달러 적자에 비해 약 3억달러 늘어난 수치지만 1월의 21억4천만 달러, 2월의 22억5천만 달러 적자에 비해선 절반도 안 된다. 지난해 월 평균 적자폭인 17억1천만 달러에 비해서도 절반 정도다.
그동안 서비스수지 적자의 주범인 여행수지는 이런 현상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4월 여행수지 적자는 8억6천만 달러로 3월의 5억7천만 달러에 비해 다소 늘었지만 1월의 14억1천만 달러, 2월의 10억4천만 달러 적자에 크게 못 미쳤다. 지난해 월 평균인 12억6천만 달러 적자에 비해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서비스수지 적자에서 여행수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78.1%, 2005년 70.3%, 2006년 68.9%, 2007년73.4% 등 70% 전후를 기록하고 있다.
정부는 전반적으로 서비스수지가 개선되고 있는 주요 요인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을 꼽고 있다. 이른바 '강만수 효과'가 발휘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때 900 원 아래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은 2월 말 930 원대 후반을 시작으로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인 3월 말 990원대, 4월 말 1천 원대, 5월 말에는 1천30 원대를 기록하며 대폭 상승했다.
기획재정부의 내부 분석에 따르면 다른 모든 경제 환경이 똑같다고 가정하면 환율이 10 원 상승할 때마다 여행수지 적자는 분기당 7천만 달러, 연간 2억8천만 달러 가량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여행수지는 1995년 이후 환율과 밀접한 움직임을 보여왔다"면서 "환율 상승 시기에는 적자 규모 축소 혹은 흑자를 보이다가 2001년 이후 환율 하락과 함께 적자 규모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내국인 출국자는 감소하고 외국인 입국자가 증가하면서 서비스수지 개선에 도움이 되고 있으며, 국내 서비스산업이 육성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소득 수준도 여행수지에 영향을 미치므로 소득이 증가한다면 환율 상승에 따른 여행수지 적자 개선 효과는 감소할 수 있다. 재정부는 여행수지와 1인당 소득 간 상관계수가 0.98이고 1인당 소득이 1천 달러 증가할 때마다 여행수지 적자는 10억 달러 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올해 소득 증가를 감안하더라도 환율 상승이 지속한다면 여행수지 적자 개선을 통한 서비스수지 적자 규모 축소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수출 확대도 고환율 영향..글쎄?
최근 수출 증가율 확대 역시 고환율의 순기능 효과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전년 동월 대비 수출 증가율은 1월 15%, 2월 18.8%, 3월 18.6%에서 4월에는 27%로 확대되면서 2004년 8월(28.8%)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1∼4월 전체로는 20% 증가했다.
재정부는 "원.달러 환율 상승과 함께 원.엔 환율도 오르면서 일본과 경쟁 중인 우리 수출기업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100엔당 원화 환율이 1천 원을 밑돌던 2005∼2007년에는 수출 증가율이 12∼15% 정도였지만 올해 들어 100엔당 원화 환율이 1천 원 수준으로 복귀하면서 수출 증가율이 20%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러한 설명에 대해 반론도 만만찮다.
4월 원.달러 환율의 가파른 상승에도 불구하고 출국자 수는 늘고 입국자 수는 줄었다. 아울러 유학.연수비용이 증가하면서 여행수지 적자는 3월보다 오히려 확대됐다. 수출 물량 증가 역시 고환율 덕택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 양재룡 국제수지팀장은 "우리나라 수출 물량 증가의 84%가 해외 수요 증가에 따른 것으로, 환율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은 적다"면서 "오히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제조 원가 상승, 채산성 악화로 연결된다"고 말해 재정부 설명과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오히려 고환율이 수입 확대를 통해 경상수지에 부담이 되는 것은 물론, 국내 물가 불안도 가중시키고 있어 우리 경제 전체적으로는 긍정적인 영향보다 부정적 효과가 더 크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고유가 탓이긴 하지만 올해 1∼4월 원유 도입 비용은 270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0억 달러에 비해 껑충 뛰었다. 한은은 유가 상승으로 인한 누적 상품수지 악화 규모를 60억 달러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원화 가치가 절상되면서 고유가 영향을 일부 상쇄했지만 올해는 환율이 오르면서 오히려 직격탄을 날리고 있는 셈이다.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 상승의 순기능을 전면 부정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선 원화 가치 약세가 고유가와 맞물려 만들어 낸 물가 급등의 부작용이 더 크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관계자는 "나머지 변수가 같다고 전제하고 환율만 놓고 본다면 원.달러 환율 상승은 수출 확대를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도 "환율이 상승하면 물가 역시 오르고 물가 상승은 내수경기와 투자에 악영향을 미쳐 체감경기는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