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뱅크 안도 아직은 유효
국책은행 중 산업은행이 가장 먼저 민영화를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산은 본연의 정책금융에 대한 역할이 축소된 반면 상업금융의 역할이 확대돼 민간 금융회사와 업무영역이 충돌되는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
이에 따라 지난 2005년말부터 국책은행과 시중은행간의 시장 마찰 문제가 제기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옛 재정경제부 시절부터 논의돼왔다.
이후 거듭 논의를 거쳐 산은을 지주회사로 전환해 민영화하고, 산은이 갖고 있던 정책금융의 역할을 정부 소유의 한국개발펀드(KDF)에 넘겨 추진하는 방안이 마련된 것.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산은 지주회사 전환을 통한 민영화 방안과 함께 논의됐던 메가뱅크(은행 대형화) 방안도 아직은 유효하다는 반응이다.
산은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우리금융지주와 기업은행의 민영화도 병행해 추진함에 따라 M&A를 통한 자연스러운 메가뱅크가 이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산업은행은?= 산업은행은 지난 1954년 4월 국책은행으로 설립됐다.
산은은 시대가 변함에 따라 ▲50~60년대 개발금융(전력 등 인프라, 수출산업) ▲70~80년대 장기설비금융(중화학공업, 전자산업) ▲90년대 종합기업금융(반도체 등 첨단산업) ▲2000년대 기업구조조정컨설팅 추가(대우자동차, LG카드 대덕테크노밸리 등) 등의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2005년말부터 국책은행의 시장마찰 문제가 제기돼 역할재정립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다. 전통적 정책금융 수요가 감소하고, 산은과 일반은행의 업무영역이 중첩됐던 것.
감사원도 2005년 10월~12월에 감사를 통해 여건변화에 따른 국책은행의 역할 재정립 방안 마련을 권고했다. 이후 옛 재정경제부는 2006년~2007년 국책은행 역할재정립 작업에 착수했다.
옛 재경부가 수립한 방안은 산은 IB부분과 대우증권을 합해서 매각하고, 산은은 순수정책금융만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존치하는 것이었으나, 산은을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정책금융을 KDF로 설립하는 방안으로 커지는 것.
□산업은행, 왜 민영화 필요한가?= 산은은 그동안 정책금융 축소와 상업금융의 확대로 민간 금융회사와의 업무영역이 중첩돼왔다.
특히 회사채 인수·주선 업무, 우량기업에 대한 단기운영자금 대출, 우량 벤처기업 직접투자 등에서 민간금융회사와 마찰이 생기고 있다.
이중 회사채 인수·주선 업무는 지난 2005년 1위를 차지했으나 자율적인 비중을 조절해 2006년 3위, 2007년 7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산은은 자금의 대부분이 상업적 베이스로 공급되고 있으며, 정책금융을 저리의 정책성자금으로 평가할 경우 그 규모는 작년 기준 1조4000억원(기금 6000억원, 저리자금 8000억원), 총자금공급 대비 5.1%수준이다.
이에 따라 이번 민영화를 통해 시장마찰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고 산은에 축적된 IB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조기에 역내 투자은행(CIB)으로 발전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
산은 민영화 대금을 재원으로 한국개발금융(KDF)을 설립, 전대·재보증·투자 및 융자(On-Lending)방식으로 중소기업 금융지원을 수행하게 됐다.
□메가뱅크 "죽지 않아"= 산업은행을 금년 내로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산은이 해오던 정책금융의 역할을 한국개발펀드(KDF)로 이관하는 내용 등의 산업은행 민영화 방안이 발표됐지만 메가뱅크에 대한 가능성도 여전하다.
금융위는 산은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우선 매각하는 현 방안이 메가뱅크안과 양립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메가뱅크는 산업은행, 우리금융지주, 기업은행을 함께 매각하는 방식이다. 산은 민영화에 이어 우리금융지주, 기업은행이 민영화되는 과정에서 은행 대형화 등이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
금융위는 우리금융과 기업은행의 민영화를 산은 민영화와 병행해 추진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메가뱅크 등의 은행산업의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을 기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