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도시 건설은 행정도시특별법에 따라 진행
지난해 5월 입법예고 됐던 세종특별시설치법안(이하 세종시설치법)이 지난달 말 열린 제17대 국회 마지막 임시회서 폐기됐다.
이 법안은 행정중심복합도시의 명칭과 지위.행정구역 등을 규정하는 내용을 담았지만 행정도시 주변 자치단체들인 충남도와 공주시.연기군, 충북 청원군 등 행정도시 주변 자치단체들의 반발로 인해 행정자치위 소위에서 논의조차 못해보고 자동 폐기되는 비운의 법률안이 됐다.
다행히도 행정도시 건설 일정 등은 행정도시특별법을 따르는 만큼 세종시설치법안의 폐기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영향없이 차질없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충남도와 행정도시건설청 등이 조만간 정부와 각 정당에 건의할 후속 세종시설치법안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져 행정도시의 법적지위와 관련된 논의는 18대 국회에서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 폐기된 세종시설치법에 담긴 내용
행정도시 건설단계와 첫 마을 입주, 지방선거 등의 일정을 감안해 오는 2010년 7월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던 '세종특별자치시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에는 '세종특별자치시에 광역자치단체의 지위를 부여하되 관할 하부 자치단체를 두지 않고 곧바로 하부 행정기관인 읍.면.동을 두는 형태로 한다'는 내용의 행정도시 명칭과 지위.행정구역을 규정하고 있다.
관할구역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에 따라 지정.고시된 예정지(연기.공주 5개면 33개리, 73㎢)와 주변지(연기.공주.청원 9개면 74개리, 224㎢) 등 모두 297㎢(연기.공주.청원 등 3개 시군 9개면 90개리)가 속하게 된다.
지방의원 정수와 선거구, 교육자치 등 세종특별자치시의 특수한 법적 지위에 따른 권한 범위와 특례는 추후 별도의 법률을 통해 제정할 계획이었다.
특히 지난 2006년 제정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제주특별자치도법)의 경우 363개 조문으로 돼 있으나 세종시설치법은 5개 조문 밖에 없고 제주특별자치도법에는 보통교부세의 3%(연간 7천억원)를 정부로부터 지원받도록 돼 있지만 세종시설치법에는 이 조항이 없어 논란을 빚기도 했다.
◇ 충남도 등 주변 지자체의 반발
충남도와 연기군, 공주시, 충북 청원군은 세종시설치법이 입법예고되자 즉각 반발했다.
충남도는 연기군 인구와 면적의 절반 가량이 행정도시 관할구역에 편입되면 연기군이 행.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연기군 잔여지역을 행정도시로 편입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 법률안이 2010년 7월 1일 시행 예정인 것과 관련해 충남도는 자치단체를 설치하는 시기를 행정도시 1단계 건설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2014년까지 늦추고 관련 법률도 2009년 이후 제정할 것을 요구했다.
행정도시 자치단체의 법적 지위도 충남도는 도 관할의 기초단체로 삼되 재정.행정적 특례를 인정할 것을 주장해 왔으나 법률안에는 광역단체와 기초단체를 겸하는 지위로 규정됐다.
연기군도 전체 면적 가운데 51.7%와 인구 36.2%가 세종시에 편입될 경우 나머지 지역만으로는 자치단체로서 존립이 어려운 상황인 만큼 잔여지역까지 세종시에 포함해 줄 것을 요구했다.
공주시와 충북 청원군도 지역 일부 주변지역이 행정도시에 편입될 경우 행정도시 개발효과가 차단돼 시너지 효과가 없어 편입 희망 여부를 주민투표로 결정해 달라고 건의했다.
◇ 지역 시민단체 "세종시설치법 통과 시급한데.."
반면 세종특별자치시 추진 연기군 주민연대 등 일부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세종시설치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입장을 보였다.
시민사회단체는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행정도시가 원안대로 진행된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세종시설치법의 조문이 미비함에도 불구하고 일단 법안을 통과시켜야 놓은 뒤 부족한 부분은 서서히 보완해 나가자는 입장이다.
이들은 "오는 2010년 자치단체를 출범시키기 위해서라도 세종시설치법안을 통과시켰어야 했다"며 "법률이 없으면 청사 건립 등 지방공공시설의 건립 근거가 없어 예산집행을 할 수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세종시설치법이 폐기된 것은 정부와 정치권이 지역민의 염원을 헌신짝처럼 저버린 기만행위"라며 "행정도시 건설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대전지역 정치권도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4.9 총선에서 통합민주당 대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염홍철 전 대전시장은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상징이며, 충청권 발전의 원동력이 될 세종시설치법이 정치권의 당리당략과 수도권 중심사고에 파묻혀 자동 폐기됐다"며 "이는 현 정부와 여야 정치권의 중대한 직무유기이자 지역민의 염원을 헌신짝처럼 저버린 기만행위"라고 주장했다.
자유선진당 이상민(대전 유성) 국회의원도 "세종시설치법이 17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해 여대야소 정국인 18대 국회에선 처리가 더욱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관련 법 통과가 늦어지면 세종시 건설도 그 만큼 차질을 빚게 된다"고 강조했다.
◇향후 전망
충남도는 현재 행정도시의 법적 지위와 연기군 잔여지역 포함 문제, 세종시에 대한 정부의 국비 지원,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지원 등의 사항을 중심으로 한 초안을 마련,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는 연기군 잔여지역을 행정도시 관할 구역에 포함시키는 한편 법적 지위는 도농복합특례시 등 도 산하의 기초 단체로 설정했으며, 지난 2006년 제정된 제주특별자치도법과 견줘도 손색 없는 법안을 마련해 6월중 언론에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행정도시건설청은 관할 구역을 포함시키는 것은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만큼 곤란하고, 법적 지위는 광역 형태로 설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공주시와 연기군, 충북 청원군 등 행정도시 주변 기초단체 및 지역 주민들도 일부 사안에서 서로 다른 견해를 보여 이해당사자간 대화 및 의견수렴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와관련 이완구 충남지사는 "기존 법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될 경우 연기군의 세수결함이 적지 않고 인구도 3만명이나 빠져나가는 것으로 자체 조사결과 드러났다"며 "새로운 법안에는 세종시에 대한 정부의 예산지원과 세종시에 포함돼 있지 않은 연기군 잔여지역에 대한 대책 등이 구체적으로 담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행정도시가 광역자치단체로 가느냐 기초자치단체로 가느냐는 도민의 의견을 반영해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