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나라당, 청와대 수뇌부가 3일 총리공관에서 열린 제3차 고위 당정회의에서 일제히 "국민께 죄송하고 송구스럽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개최된 이날 당정회의는 쇠고기 수입 파동으로 인한 민심 악화를 반영하듯 시종 무겁고 침울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회의에 앞서 한승수 국무총리와 강재섭 대표, 류우익 대통령실장 등 40여명의 참석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무거운 표정으로 정국상황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었다.
내각총사퇴 압박의 한가운데에 선 한승수 국무총리는 모두 발언을 통해 "이명박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축제가 돼야 할 오늘, 저는 매우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며 "국민과 소통하면서 일을 추진하는 데 정부로서 부족함이 많았다.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하고 국민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이어 "최선을 다했지만 밖의 인식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대오각성과 새출발의 기점으로 삼아야 한다"며 "국민의 눈높이에서 각종 정책을 기동성 있게 재점검하겠다. 국민을 섬기는 정부로서 국민피부에 와닿는 행정이 가시화되도록 하겠다"고 `민심청취'와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한 총리는 또 촛불집회와 관련, "정부정책을 비판하고 대안마련을 요구하는 것은 국민의 정당한 권리"라며 "법테두리 내에서 평화적으로 이뤄지면 철저히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사람도 100일이 돼야 자기 면역력을 갖추고 성장하기 시작한다는 말이 있다. 그동안 시행착오를 뼈저리게 반성한다"며 "100일 동안 행여나 저희가 오만에 빠져 민심을 거스르지 않았는 지 자책하며 성찰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이어 "국민 뜻을 읽고 받드는 데 소홀히 하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사태를 자초할 수 있다"며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온 시민의 마음에는 쇠고기 문제만 있는 게 아니다. 무조건 촛불을 끄라고 할 게 아니라 왜 촛불을 들고 나왔는 지 깊이 헤아려 민생의 환한 불을 밝힘으로써 자연스럽게 촛불을 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류우익 대통령 실장은 "긴 말을 덧붙일 게 없다"며 거듭 머리를 숙였다. 류 실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대통령과 국민께 송구스러운 뿐"이라며 "열심히 일을 한다고 했는 데 국민의 마음을 더 헤아려야 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당.정.청 수뇌부는 이날 회의에서 공동운명체임을 강조하며 유기적인 협력을 재차 다짐했다.
한 총리는 "당정청간 유기적인 협력이 더욱 활성화돼야 할 시점이다. 철저한 사전협조로 당정회의가 내실있고 실효성있게 시행될 수 있도록 당과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당정청이 민심의 눈높이에 맞춘 행정서비스로 국민 마음을 얻어야 한다. 당정청은 공동운명체로 2인3각 경기처럼 협조하지 않고 어긋나면 쓰러질 수 밖에 없다"며 "이 기회에 내탓 네탓하는 일 없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이날 회의에서는 고강도 인적쇄신을 요구하는 당의 목소리도 있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정부와 청와대를 향해 "민심악화 문제를 쇠고기로 국한해 보는 데 내각 인선파동, 정책혼선으로 국민불신이 누적돼 터진 것"이라며 "국면전환용 임시미봉책이 아니라 국민이 원하는 고강도 쇄신책을 써야 한다. 국민설득이 안되는 상황인 만큼 국민을 이기려 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이어 "당이 정부를 비난하고 일이 터지면 국회에서 여당이 (정부를) 감싸주는 구조로는 점점 어려워질 수 있다"며 "잘못한 사람이 있는 데 이를 끌고가려 해선 안된다. 아깝고 미안하지만 책임지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