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산하 금융기관 중 재신임을 받지 못한 금융기관의 새로운 CEO에 대한 선임이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다.
5월초 재신임 대상이었던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증권예탁결제원, 주택금융공사,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총 8개 금융기관의 CEO중 공석이었던 주택금융공사를 제외하고, 박대동 예보사장, 이철휘 캠코사장, 윤용로 기업은행장만 재신임을 받았다.
이에 따라 증권예탁결제원,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산업은행은 새로운 CEO를 선임해야 하는 상황. 산업은행은 현재 민유성 리먼브라더스인터내셔널 서울지점 대표가 내정돼 대통령의 최종 임명만을 기다리고 있다.
증권예탁결제원은 CEO와 감사에 대한 공모절차를 지난달 29일~6월 11일까지 서류 제출 기간을 갖고, CEO는 15일 면접심사, 감사는 23일 면접심사를 할 예정이다.
그러나 신보는 3일(어제)부터 16일(오후 6시)까지 이사장에 대한 서류를 받기 시작했으며, 기보는 지난달 20~26일까지 이사장에 대한 공모기간을 거쳤으나, 유능한 CEO를 찾는데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공모기간을 6월 4일까지 늘렸다.
공기업 개혁 작업과 관련 신보와 기보가 통합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이사장에 대한 공모 또한 차질이 생긴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신보 관계자는 "기보와의 통합 문제 얘기 때문에 (이사장 공모 절차가) 늦어진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당시 공석이었던 주택금융공사 역시 새로운 CEO를 찾는데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주택금융공사는 사장에 대해 세 번째 재공모를 하고 있는 상태.
주택금융공사는 지난 4월 4일~4월 18일까지 약 22명이 응모해 이 중 3명을 금융위에 추천했으나, 금융위는 적당한 인물이 없다고 판단해 다시 재공모를 하라고 요청했다.
이후 5월 16일~26일 재공모를 해 22명이 지원했으나, 1차 공모때 응모했던 자가 절반 이상 몰려들어 1차 공모시 응모했던 자를 제외한 후보군과 6월 10일까지 헤드헌터 업체에서 추천한 후보군을 합해 금융위에 재추천 할 계획이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타 금융 공공기관도 같이 공모를 하고 있어 다른 공공기관이 더 좋다고 느끼는 분들도 있을 수 있고, 면접 일정이 겹치는 등의 문제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금융위 산하 금융기관이 한꺼번에 CEO 공모 절차를 거치면서 가장 관심 대상이었던 산업은행에 한꺼번에 몰리는 등 인기 많은 금융기관에 집중되거나 여러 곳에 겹쳐 응모를 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 새 CEO 선임에 애를 먹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공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기관의 경우는 매력이 떨어진 점과 또한 이번 공기업 인사는 '강퇴' 성격이 강했다는 점에서 퇴출당한 인사보다 더 유능한 인재를 찾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으로도 풀이된다.
□감사 선임은 관심 밖?…재신임 나도 몰라= 한편 CEO 선임과 함께 재신임을 받았던 감사의 경우 기관별로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재신임에 응하지 않았던 감사에 대한 후속 절차에 대해서는 감사 선임을 주관하는 기획재정부조차 관심 밖의 사안이었다.
당시 공석중인 예보 감사, 임명된 지 얼마 안 된 산업은행 감사를 비롯해 재신임 절차에 응하기를 거부했던 신보, 기보, 주택금융공사 감사 등 5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캠코, 증권예탁결제원, 기업은행에 대해 심사해 박의명 캠코 감사만 재신임을 받았다.
예보는 지난 4월 7일~18일까지 서류 제출기간을 갖고, 같은 달 21일~25일 면접심사를 완료해 현재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의 심의 절차만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감사 공모에 약 20명이 몰렸으며, 3명이 추천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예탁결제원도 CEO 선임절차와 함께 감사 선임을 진행하고 있지만,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돼 금융위에서 임명 절차를 밟는 기업은행 감사의 경우도 '감감무소식'이다
뿐만 아니라 재신임을 거부했던 신보, 기보, 주택금융공사측은 감사가 그 뒤로 사의를 표명했는지, 그래서 감사를 선임해야 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었다. 이들은 그 뒤로 변한 게 없다는 반응이다.
신보 관계자는 "감사가 재신임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잘 모르겠다"며 "직접 감사에게 가서 사표 제출했냐고 물을 수도 없는 일 아니냐"고 말했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도 '아직까지 정부로부터 어떻게 하라는 지시도 없다"고 전했다.
감사 임명권을 가진 재정부에 사표를 제출하게 돼 있는데 아직까지 사표를 낸 사람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는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신보, 기보, 주택금융공사 감사의 경우 여타 금융공공기관 감사들처럼 재신임절차를 거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지만, 이후 금융위 관계자는 "감사 임명권은 재정부에서 할 일이기 때문에 모른다"는 반응이다.
이에 대해 재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재신임 절차를 거칠 것이란 것은 금융위가 낸 보도자료"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사표를 제출한 사람만 억울한 것이 아니냐는 물음에는 "답변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금융공공기관의 CEO와 감사에 대한 선임권이 각각 금융위와 재정부로 나눠진 가운데 뒤치다꺼리로 남게 된 재신임에 대한 문제를 서로의 책임으로 묻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결국 금융공공기관의 경영진과 감사를 재신임 함으로써 얻게 된 성과물은 '한 달 이상이나 지속되고 있는 업무 차질'밖에는 없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