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업무 해소됐다" vs "기업 편의성 높여야"
코딧 흡수형태 아닌 기보 강화 방향될 듯
정부가 검토 중인 코딧(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통합안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통합의 가장 큰 이유로 제시된 양 기관의 중복 보증 문제가 대부분 해소된 데다 조직 슬림화를 위해 이미 구조조정을 지속해왔기 때문이다.
반면, 수요자인 기업의 편의성 측면에서는 양 기관의 통합이 바람직하다는 입장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노조 반발 "정부 일방적 추진안돼"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코딧과 기보 노조를 포함한 금융노조는 오는 11일 과천청사 앞에서 금융공기업 민영화와 통폐합 저지를 위한 총파업 결의대회를 가질 계획이다.
오는 21일에는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투쟁 수위를 높여가기로 했다.
윤형근 기보 노조위원장은 "기보와 코딧은 보증기관 특화정책에 따라 업무가 분리됐고 중복 보증은 거의 해소됐다"며 "중복 업무가 많아 통합해야한다는 논리는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윤 위원장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전광우 금융위원장을 만나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지만 별다른 답변을 듣지 못했다"며 "정부가 구체적인 언급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복업무 사실상 해소…정부도 인정
코딧과 기보의 통합 문제는 해묵은 논쟁이다. 지난 1989년 코딧에서 기보가 분리된 이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코딧과 기보는 이 같은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개혁을 진행해온 것이 사실이다.
지난 2005년 말 양 기관은 중복 보증 해소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코딧은 일반 창업기업과 수출기업, 영세소기업 중심으로 재편해왔으며 기보의 경우 벤처와 이노비즈기업 등 기술혁신형 기업 지원 기관으로 특화했다.
이로 인해 중복 보증 비중은 대부분 해소됐다. 코딧과 기보의 보증잔액에서 서로 보증이 겹치는 부분은 2005년 말 각각 26.2%, 52.9%에서 지난해 말 8.1%, 17.7%로 축소됐다. 특히 신규 보증 중에서는 중복 보증이 3%로 미미한 수준이다.
정부도 양 기관의 중복 보증이 해소됐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사실 코딧과 기보의 중복 보증은 대부분 없어졌다"며 "중복보증만을 고려해 통합한다면 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할 부분 여전히 남아있다"…기술보증 역량 강화할 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 보증 지원 체계에서 구조조정할 부분은 분명히 남아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특히 정부는 신용보증보다 기술보증의 역량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덩치가 큰 코딧이 기보를 흡수하는 형태로 통합될 것이라는 일반 예상과는 정반대다.
코딧의 직원 수와 보증잔액은 각각 2156명, 28조원으로 기보 1019명, 11조원의 두 배다.
정부 관계자는 "양 기관을 통합하게 된다면 기술 보증 역량을 강화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혁신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정책 방향"이라고 밝혔다.
이어 "신생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발전해나가면서 보증 수요가 다양해질 수 밖에 없다"며 "수요자 측면에서 양 기관을 통합하는 것이 편의적이고 시너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