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12일로 예정된 이 회장 등의 공판 출석을 앞두고 어떤 논평도 삼가하는 등 대외적으로 차분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그룹 수뇌부가 대거 법정에 서게됨에 따라 적지 않게 긴장하는 분위기다.
이 회장이 기소돼 재판을 받는 것은 95년 노태우 전대통령 비자금 사건 때 이후 13년만에 처음이다.
특히 이는 삼성이 지난 4월 발표한 경영쇄신계획에 따라, 그동안 그룹 비상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대처전략을 총지휘했던 전략기획실이 해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어 그룹내 어수선한 분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 겉으로는 '차분' 속으로는 '바짝 긴장' = 11일 삼성은 이 회장,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전략기획실 차장(사장), 유석렬 삼성카드 대표 등 수뇌부 8명의 법정 출석을 앞두고 이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이 회장 등의 재판으로 초래될 삼성의 대외적 이미지 추락이나 신인도 타격 등에 대해서도 논평을 삼가한 채 겉으로는 차분한 모습이다.
이는 이 회장 등의 불구속 기소로 결말난 특검 결과에 따라 자숙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재판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는 의지를 간접적으로라마 표명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삼성은 이 회장을 비롯해 그룹 수뇌부가 줄줄이 재판정에 서는 만큼 이로 인한 파장을 적지 않게 우려하는 분위기다.
삼성은 이 회장 출석 때 자체 경호팀을 대동시키지는 않기로 했으나 홍보 담당을 중심으로 직원 몇명을 현장에 배치해 혹시라도 일어날 수 있는 불상사에 대비할 예정이다.
이 회장 등이 재판을 받는 데 대한 여론의 향방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론이 경영권 불.편법 승계, 차명계좌 운영, 전략기획실 설치 등을 한국 기업계에 장기간 내재돼 있던 일종의 관행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이 회장을 부도덕한 재벌 오너로, 전략기획실을 '황제경영' 지원조직으로 평가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 민감 현안 아직 '오리무중' = 삼성은 이달말까지 전략기획실을 완전 해체하고 다음달부터 사장단협의회를 가동시킬 계획이나 아직까지 이와 관련해 중요한 결정들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삼성은 이미 발표된 경영쇄신 계획에 따라 전략기획실 해체를 위한 작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만 말할 뿐 경영전략 수립, 계열사 경영진단, 그룹 홍보 등 그동안 전략기획실이 하던 업무를 어떻게 할 것인지, 사장단협의회나 협의회 산하 업무지원실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밝히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건희 회장이 삼성 직원 신분을 유지할 것인지 여부, 경영일선 퇴진을 선언한 이학수 전략기획실장이나 김인주 사장의 거취, 삼성이라는 그룹 브랜드 관리 방안 등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차원으로 성장한 삼성의 브랜드 관리는 별도의 위원회나 사장단협의회, 특정 계열사가 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논의되거나 확정되지는 않았다.
삼성 관계자들은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 등 그룹 관제탑 역할을 하던 기구없이 계열사 사장단으로 그룹 경영을 조정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우리도 사장단협의회를 어떻게 운영할 수 있을지 아직 잘 모르겠다"며 "이는 한국 재계에서 일종의 실험이 될 것이고, 실제 운영해가면서 차차 역할과 성격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전략기획실은 6월말 해체를 결정한 이후 여기서 일하던 부장 이하 간부급은 최근까지 절반 정도가 소속 계열사로 복귀했으며 임원들은 다음달 1일자로 계열사로 배치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