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기업은 공기업 형태가 적합"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우리금융그룹을 묶어 자산 500조원대의 `메가뱅크'를 만드는 방안이 사업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실익이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기업을 공기업 형태로 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건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12일 은행회관에서 열리는 경제발전학회의 금융기관.공기업 민영화 토론회에 앞서 11일 배포한 `국가 소유 금융기관의 민영화' 보고서에서 "금융그룹의 경쟁력은 규모 뿐만 아니라 사업 포트폴리오의 구성에 의해서도 좌우되는데 메가뱅크 방안은 이런 측면에서 논리적 허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메가뱅크는 우리.산업.기업.경남.광주은행 등 5개 은행과 3개 증권사를 자회사로 두게 되는데 사업 포트폴리오 구성에서 혼란만을 가져오고 역할 분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역량이 소모될 것"이라며 "특히 우리금융은 이미 복합금융그룹으로서 사업 포트폴리오 구성을 사실상 완료했기 때문에 굳이 통합에 나설 필요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의 통합 방안에 대해 "기업은행은 본질적으로 소매금융에 특화해 있기 때문에 투자은행 부문에 강점이 있는 산업은행과 보완성이 매우 크다"면서도 "두 은행의 자산을 합치면 250조원으로 대형화 효과가 크지 않고 또 하나의 우리금융그룹을 만드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기업은행의 자산은 중소기업대출에 집중돼 있어 가계부문에서는 지금부터 경쟁력을 갖춰나가야 하는 상황으로 통합 시너지를 발휘하기에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산분리 완화 논란에 대해서는 "외국자본의 은행 소유를 견제하기 위해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제한하는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성이 없다"며 "따라서 금산분리의 완화를 통한 연.기금의 은행 소유 방안에 대해서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현효 대구대 교수와 홍장표 부경대 교수는 `공기업 민영화-에너지 산업을 중심으로'이라는 공동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처럼 에너지를 해외에 의존하는 국가에서는 공급의 안정성 확보가 에너지정책의 최우선이고 이에 부응하는 에너지기업의 소유 형태는 공기업"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에너지 공기업은 자연독점성 때문에 민영화 이후에도 국가의 규제정책이 유지될 수 있지만 민영화된 에너지기업이 국가의 정책적 요구에 순응한다는 보장은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들은 기후환경 변화에 대비하고 지속가능성 목표를 추구하는 데에도 공기업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재생에너지개발과 소비효율 개선, 통합적 수요관리시스템의 구축은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이라며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기여도를 높이기 위해 민영화가 필요한 것은 분명 아니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