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인적쇄신이 이른바 '개봉박두'라는 표현으로 임박을 알리고 있다.
17일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조직개편의 줄거리는 정해져 있다. 42.195㎞ 중 25㎞는 온 것 같다. 반환점을 돌았다"며 인적쇄신 임박을 강조했다. 아울러 "우선 홍보쪽의 강화, 또 그동안 소홀했던 시민사회와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측면에서의 보완대책이 나올 것"이라고 쇄신의 방향도 밝혔다.
이처럼 최근 이명박 정부 초기 국정혼란의 책임을 묻는 인적쇄신이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강조되고 있는 것이 '홍보'다.
한승수 국무총리도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짧은 기간동안 이명박 정부는 어느 정부보다 많은 일을 했지만 국민의 마음속에 다가가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사전, 사후의 홍보부족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은 누구보다 잘하고 많이 했지만 그것을 잘 알리지 않아서, 홍보를 잘 못해서, 국민들이 이해를 잘 못해서 이같은 국정혼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판단인 셈.
정부와 청와대의 시각과 같이 정말 홍보를 잘 못했기 때문인가.
지난해 12월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 지금까지의 상황을 살펴보면 최근의 국정혼란은 홍보의 문제보다는 계속된 정책실패의 누적 때문이라는 시각이 옳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의 영어공교육이나 대운하 문제 등은 '오해'라는 유행어를 낳을 정도로 변명투성이었으며 새 정부의 조각 인선과정에서의 '강부자', '고소영'이라는 비판은 대부분의 국민이 이해할 수 없는 지극히 비정상적인 인사에서 비롯된 것이지 돈 없는 사람인데 돈 많은 사람으로 잘못 알려서, 홍보를 잘못해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누적된 불만에 불을 당긴 쇠고기문제는 더욱 심각한 정책실패가 원인이다.
어느 나라도 미국과 하지 않았던 조건의, 최상의 수입조건의 협상을 국민의 건강과 선택권을 무시한 채 이미 저질러 놓고선, 그것을 잘못 알렸다고, 또 홍보를 못한 탓이라고 책임을 돌리고 있는 형국이다.
모든 문제의 근원을 홍보와 소통의 문제로 돌리고 있는 청와대와 정부는 지금 홍보라인을 대폭 강화하려고 하고 있다.
청와대에선 홍보수석실을 신설하고 홍보비서관실 두 개와 정무비관실을 새로 두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고, 일각에서는 국정홍보처의 부활필요성이 거론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정부중앙부처는 물론 주요 외청들까지 언론홍보를 대대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또 각 부처의 대변인실과 언론담당자들은 정책실패의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불필요한 '월화수목금금금'을 보내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홍보를 얼마나 잘하느냐보다 애초에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더 꼼꼼하게, 또 얼마나 더 국민의 의견을 반영해서 국민의 세금이 아깝지 않도록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고 조직을 운영하느냐가 아닌가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