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규모·추징액 통계치 발표‥국회보고 필요
세제개편 사전-사후평가, 정책실명제 도입해야
안종범 교수, 정책토론회에서 주장
국세청이 납세자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세무조사와 관련한 백서를 매년 발간해 그 정확한 실상을 일반 국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아울러 세제개편의 사전-사후평가 체제를 통해 조세정책의 효과를 제대로 검증하고, 정책실명제를 도입해 조세정책 담당자의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는 18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납세자 권리보호에 관한 정책토론회'에서 "조세 관련 정보는 여과 없이 국민들에게 공개돼야 하고, 행정부서의 재량에 의해 이뤄져서는 안 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안 교수는 "정보가 많이 공개될수록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는 정보 공개의 폭을 좁혀 납세자들의 비판을 회피할 유인을 갖고 있다"며 "이에 따라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조세정보자료 공개는 아주 제한적으로만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가 소유한 정보는 국민의 세금으로 이뤄진 공공재적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국가안보 등과 같은 예외를 제외하면 모두 국민들에게 공개돼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계층별 세부담, 납세의식 등 광범위한 국세 통계를 생산하고, 선진국과 같이 매년 설문조사를 통해 납세협력비용과 징세비용을 추계해서 발표함으로써 납세의식 변화를 분석하는 등 국세 통계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안 교수는 강조했다.
특히 안 교수는 세무조사에 관한 백서를 매년 발간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세무조사 후 각 업종별, 직업별 탈세규모와 추징액에 대한 평균 통계치를 발표해 세무조사 이전과 이후에 대한 정확한 실상을 일반 국민들이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세무조사한 표본을 사용해 전체 탈세규모를 산정할 수 있는 방법론을 개발하고, 세무조사 결과의 백서는 매년 국회에 보고되도록 해 행정부에 대한 국회의 견제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세제개편에 대한 사전-사후 평가와 정책실명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안 교수는 "우리나라는 거의 매년 세법개정을 할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빈번히 세제개혁을 하는 나라일 것"이라며 "한 가지 정책이 효과가 나타나기 전에 다른 정책을 시도해 그 효과를 제대로 검증하기조차 힘들다"고 꼬집었다.
안 교수는 '사전평가-세제개편-사후평가-사전평가'의 피드백 체계(Feedback system)를 활용해 세제개편의 일관성 유지와 실효성을 전제로 한 평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조세정책을 입안하고 최종적으로 결정한 당사자를 공개·기록하는 '정책실명제'를 도입해 정책담당자의 책임감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밖에 알기 쉽고 단순한 조세체계를 만들고, 물가연동세제를 도입해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을 제고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안 교수는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