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단체 전달.송아지 기부도…野 "등원압박용"
월급인 세비를 반납하자는 국회의원들의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18대 국회가 임기를 개시한 지 3주가 다 돼 가지만 원구성 협상은 커녕 국회의장을 선출하는 개원조차 못하고 있는데 대한 반성 차원에서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하자는 것.
이런 움직임은 여당인 한나라당에서 본격화하고 있다. 물론 집권 여당 입장에서 `일도 하지 않으면서 국민의 세금만 축낸다'는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측면도 있다.
세비 반납 운동은 3선인 심재철 의원 주도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19일 현재 고승덕 홍정욱 현경병 장제원 의원 등 초선을 중심으로 25명 가량의 의원들이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이들은 20일에 수령하는 첫 월급 846만여원을 하나의 계좌에 입금해 줄 것을 국회 사무처에 요청해 놓은 상태다.
심재철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회가 개원 안된 상태에서 국민 세금인 세비를 받는다는 건 창피한 일로,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을 지키자는 의미에서 세비반납운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17대 국회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지냈던 4선의 안상수 의원도 이날 "파업 등으로 나라가 어수선한데도 국회가 해결책을 논의하지 않고 세비를 받는 것은 수치"라며 6월 세비를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반납된 세비를 사회복지단체에 전액 기부할 예정이다.
하지만 세비반납 운동 자체가 일회성 `쇼'로 비칠 수 있다는 부담 때문에 개인별로 의미 있는 일에 세비를 사용하겠다고 나선 의원들도 있다.
강원도 홍천.횡성이 지역구인 황영철 의원은 첫 월급으로 송아지 2∼3마리를 구입해 자신의 지역구에 있는 농가에 분양할 계획이다.
그는 "당장 도움이 필요한 농가에 도움이 될테고, 나중에 송아지가 제값을 받고 팔리는지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농정의 성공 여부를 현장에서 지켜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진 의원은 "일하지 않고 월급을 받는 건 양심상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국민에 할 도리를 다할 생각"이라고 했고, 김성식 의원도 "양심과 소신에 따라 조용히 의미 있는 곳에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합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은 세비반납운동이 쇠고기 정국에서 장외투쟁을 벌이며 등원을 거부하고 있는 야권을 압박하기 위한 정치공세에 불과하다며 그 의미를 축소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나라당에서 일고 있는 세비반납운동이나 첫 세비를 좋은 일에 쓴다는 움직임이 순수한 의도에서 나온 게 아니라 등원 압박 전술로 나온 게 아니냐"고 비판하면서 "당 차원에서 논의되거나 거론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물론 한나라당 내에서도 세비 반납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향후 국회가 파행을 겪을 때마다 세비반납이 관행화될 수 있다는 우려섞인 시선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