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어느 부문보다도 먼저 과감한 조세개혁을 추진할 것이며, 올해 정기국회에서는 현행 조세체계 전반에 걸친 근본적인 세제개편을 추진하겠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3월 취임 이후 공식적인 행사 또는 기자간담회에서 매번 반복하고 있는 멘트다.
재정부에서는 지난 1970년대 부가가치세와 종합소득세 도입으로 세제의 기본골격이 갖춰진 이후 줄곧 단기적인 세제개편만이 지속되면서 조세원리와 국제적 기준에 맞지 않는 부분이 발생했다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올해 근본적 세제개편을 단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재정부는 지난 3월 유류세 10% 인하와 1주택자 양도소득세 완화 등 1단계 감세방안을 실시한 이후, 최근 국무회의에서는 법인세율 인하와 유가환급금 지급 등을 골자로 하는 2단계 세제개편안을 내놨다.
여기에 3단계로 전 세목에 걸친 '근본적 세제개편'을 완성해 새 정부가 나아갈 조세정책의 밑그림을 제시한다는 게 재정부의 방침이다.
하지만 정작 근본적 세제개편을 생산(?)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재정부 세제실에서는 실제로 눈에 띌만한 내용은 없는데, 점점 기대감만 커지고 있어 부담스럽다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지난 2단계 대책을 통해 이미 나올 만한 내용은 다 나왔고, 감세를 위한 재원도 다 써버렸는데, 무엇을 더 내놔야 할지 걱정스럽다는 반응이다.
오는 8월 재정부가 발표할 '근본적 세제개편'은 세목 전반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불합리한 부분을 손질한다는 게 기본 원칙인데,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면 확 뜯어고칠 게 없다는 것.
지난 4월 재정부는 '2008년 조세특례 및 그 제한에 관한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올해 근본적 세제개편의 차원에서 모든 비과세·감면제도를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는 등 대폭 정비한다고 큰소리를 쳐놨다.
그러나 세제실 관계자들조차도 비과세·감면을 대폭 정비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상황.
조세특례를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비과세·감면 조항에는 각각의 이해관계가 정치적으로 엮여 있어 정부가 정비하더라도 국회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며 "임시투자세액공제를 비롯해 신용카드·보험료 공제 등 규모가 큰 비과세·감면은 더욱 정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강만수 장관이 취임 초기에 제기한 소득세율 인하방안도 재정여건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추진한다고 밝혔으나, 우리나라의 소득세율이 외국에 비해 낮은 편이고, 특히 이미 세계잉여금 등 감세 관련 재원을 다 써버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물 건너간 방안'이라는 전언이다.
당초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공약했던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세제완화와 관련해서도 '부자만을 위한 정책'이라는 비판여론이 거센 상황이어서 올해 세제개편안에 내놓기는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부가가치세도 현행 10%의 세율을 조정하거나 면세품목을 확대하기에는 세수감소의 폭이 큰 반면 물품 가격인하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다고 우려하고 있으며, 탈세의 원흉(?)으로 지적돼 온 간이과세제도 역시 영세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증가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당장 정비하기는 힘들다는 것.
상속세의 경우에는 재벌에 대한 과세 문제에 대한 국민정서가 민감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일부 완화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전 세목에 걸친 근본적 세제개편에는 '누더기 세제'를 제대로 고치겠다는 거창한 포부에 비해 국민들에게 와 닿을만한 내용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세제실의 한 고위관계자는 "세제 전반의 문제점에 대해 들여다본다고 했지, 조세개혁 수준으로 다 뜯어고치겠다고 한 적은 없다"며 "근본적 세제개편이라고 해서 너무 기대감만 높아져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과거 세제개편안 발표시 첫 페이지를 장식했던 '넓은 세원 낮은 세율', '경제활력 제고 및 중산서민층 지원', '조세체계 합리화' 등의 원칙은 올해 세제개편안에도 그대로 복사될 예정인 가운데, 과연 어떤 내용으로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