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행장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월스트리트의 투자가들을 상대로 민영화 계획 설명회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민 행장은 "산업은행은 국내 다른 금융기관들과는 걸어온 길이 다르다"며 정책금융은 물론 최근 15년 간 기업금융과 투자은행 업무를 주로 해왔고 아시아에서 산은의 입지는 이미 강하기 때문에 이런 노하우를 활용해 5년 정도면 아시아에서 톱 3에 드는 리딩 은행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시아에서 강자로 군림한 이후 유럽과 미국 시장을 들여다 볼 것이라면서 국제 금융계에서 경쟁력 있는 투자은행이 되는 데는 아시아의 리딩 은행이 된 뒤로 10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도이치뱅크와 UBS가 벤치마킹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민 행장은 또 산은의 민영화는 국회를 통과해야 하지만 자신은 "이미 민영화는 시작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영화를 하면서 추가로 자본을 확충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전략적 파트너로 가는 것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면서 "미국계.유럽계가 될 수도 있고 중동 국부펀드 등도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말해 성장을 위해 외국 자본과도 적극적으로 손잡을 수 있음을 내비쳤다.
민 행장은 또 산업은행의 인력은 2천200명 수준이어서 다른 은행들에 비해 자산규모 면에서 매우 적기 때문에 앞으로 시장에서 좋은 인재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해 외부 인력 영입에 적극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민 행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민영화를 하면서 산업은행이 이미 발행한 기존 채권에 대해서는 정부가 보증해 줄 방침이라는 점을 설명했다.
그는 "국회에서 민영화 결정이 4.4분기에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투자자들은 갑자기 놀라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이를 미리 설명해주기 위한 자리를 갖게 됐다"면서 "민영화되면서 신용상태가 산은을 정부가 갖고 있던 것보다 낮아질 수 있지 않느냐 하는 우려들을 하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투자자들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을 미리 알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 행장은 뉴욕에서 무디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를 만나고 런던에서 피치를 만나는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에도 이런 점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날 설명회에 같이 참석한 금융위원회 임승태 사무처장도 "무디스와 S&P도 민영화 전환의 계획을 다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이런 변화를 예측할 수 있도록 설명해준 것에 고마워했다고 말했다.
임 처장은 산은이 이미 발행한 기존 채권에 대해서는 민영화 이후에도 정부가 보증해 줄 방침임을 확인하고 민영화로의 전환 과정에서 발행하는 신규 채권의 경우도 정부가 지배주주 자격으로 경우에 따라 보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산은은 지난 15일부터 22일까지 일정으로 홍콩, 싱가포르, 런던, 뉴욕, 프랑크푸르트, 보스턴, 도쿄 등을 돌며 글로벌 투자은행을 포함한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민영화 계획을 알리는 설명회를 가져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