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한 기업들에서 잦은 경영진 변경과 계약취소, 자금조달 실패 등 악재가 끊이지 않아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외부감사에서 의견거절로 퇴출 위기에 몰렸던 상장사 중 재감사에서 '적정'이나 '한정' 의견을 받아 위기를 넘긴 기업은 프로제, 케이앤웨이브, 나노마인(옛 아더스), 뱅크원에너지, 엔블루, 폴켐, 세라온, 세안, 에버리소스, 삼협글로벌, 케이디이컴, 마이크로닉스 등 12개사에 달했다.
이 중 세안은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대표이사가 사임한 이후 두달반 동안 대표 직무대행이 네번이나 바뀌었고, 26일에는 올 들어 다섯번째로 선임된 경영지배인마저 20여일 만에 해임했다.
이 회사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도 청약 미달로 수차례 실패했다.
에버리소스는 지난달말 해외법인을 대상으로 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으나 일정이 세 차례 지연된 끝에 결국 무산됐고, 26일에는 경영권 양수도 계약이 중도금 미지급으로 해지됐다고 밝혔다.
다양한 신규사업을 추진 중인 뱅크원에너지는 IT업체 와우디앤씨의 주식취득을 위한 양해각서와 우리담배의 사업권 인수를 위한 기본합의 계약서가 잇따라 해지된 데다 최대주주마저 피소설에 휩싸인 상태다.
세라온홀딩스는 실적전망을 부풀려 공시한 것으로 드러나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됐다.
이들 종목 중 대다수가 잇단 악재로 주가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프로제는 상장폐지 위기를 벗어난 4월초 이후 감자로 거래가 정지된 이달 25일까지 65.31% 급락했고 같은 기간 세라온(-74.05%), 에버리소스(-41.56%), 삼협글로벌(-72.22%)도 급락세를 보였다.
퇴출 위기에 몰린 기업들이 '벼락치기'식 유상증자, CB발행 등을 통해 위기를 모면하면서 결산 마감 이후 상장폐지 기업수는 2005년 29개에서 2006년 7개로 급감한 이후 작년 10개사, 올해는 13개사에 그쳤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존속능력이 부족한 기업은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에 연루될 가능성이 높다"며 "한계기업 퇴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수록 시장 신뢰도는 하락하고 투자자들의 피해만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