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의 각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박용석 검사장)는 해외 유전개발을 한다며 국가 예산을 받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민간 유전개발업체 재무관리자 최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4일 밝혔다.
검찰이 석유공사 임직원을 구속한 적은 있지만 민간업체 관계자를 상대로 영장을 청구한 것은 처음이어서 수사가 민간업체 비리로까지 본격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는 2006년 사업 타당성 등을 철저하게 조사하지 않은 채 카자흐스탄 유전을 개발한다며 성공불융자금을 지원받는 등 수백억원 상당의 국가 예산을 부당하게 지원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성공불융자금은 정부가 유전을 탐사하는 석유공사와 민간 기업에 소요자금을 빌려준 뒤 개발사업이 실패하면 융자금을 전액 감면해주고 성공 땐 원리금 외에 특별부담금을 추가 징수하는 제도로 지식경제부 산하 `석유개발 융자심의위원회'가 사업의 적절성 등을 판단해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검찰은 그러나 석유공사 간부가 이 위원회 위원까지 겸임하고 있어 지원 대상업체를 뽑는 과정에 부정이 개입될 소지가 많다고 보고 선정 경위에 대해서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비슷한 방식으로 성공불융자금을 받아 가로챈 민간 유전개발업체가 더욱 많을 것으로 판단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석유공사 수사가 본 궤도에 올랐다. 이번 수사로 비리의 온상으로 여겨지는 공기업의 투명성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검 중수부는 석유공사 비리에 대한 조사를 벌여 전ㆍ현직 임직원 2명을 구속하고 황두열 당시 사장은 출국금지 조치했으며 이달 중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