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릴 일을 찾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인 데다 버릴 일을 결정짓기 위한 기발한 아이디어를 찾기 위한 각종 회의가 수시로 소집되다 보니 회의준비라는 혹이 붙고, 이에 따라 '일 버리기'가 오히려 '일 만들기'로 변질돼 부메랑이 되고 있다는 하소연.
이에 더해 본연의 업무를 뒤로하고 '일 버리기'를 위한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실제로 '버려진 일'은 없는데도, 본청 차원에서 수시로 내려오는 '사회공헌활동' 그리고 '신뢰도 제고'를 위한 각종 정책들이 '새로운 일'로 보태지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일선세무서 일각에선 "최근 들어 부쩍 강조되고 있는 사회공헌활동이나 각종 신뢰도 제고 노력으로 세무서 본연의 업무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며 "일 버리기 운동의 참 뜻이 세무서 업무를 포기하라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까지 말하고 있는 실정.
세원관리 업무는 물론 체납실적은 실적대로 달성해야 하는 등 본연의 업무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는데, 각종 봉사활동에 국세행정 홍보 등 국세행정 본연의 업무와 동떨어진 정책에 매진하다 보니 기본 업무에 대한 집중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세무서의 한 직원은 "휴일까지 반납하며 사회공헌활동에 참여하고 신뢰도 향상 방안을 마련하다 보면 몸이 두 개라도 부족한 실정"이라며 "신뢰도 향상과 각종 봉사활동도 좋지만, 종사직원들이 본연의 업무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직원은 "국세청 본청과 지방청 기획 부서에서 하는 업무, 그리고 일선세무서 실무진에서 하는 업무는 구별돼야 한다"며 "요즘 세무서에서 벌어지는 각종 회의를 보면 세무서가 기획부서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세청의 또 다른 일각에선 "최근 국세청이 벌이는 일에 대해 일선세무서에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면 정책이 제대로 되고 있다는 방증이 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2만 명에 달하는 국세청 전 직원들이 피로감을 가질 정도로 아이디어 마련에 진력한다면 머지 않아 획기적인 개선책들이 확보되고, 전체 직원들의 총의로 마련된 개선책이야말로 국세청의 진정한 변화를 이끄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
이에 따라 국세청에 밝은 사람들은 "국세청의 최근 정책들이 '전시를 위한 오버액션'인지 진정한 변화를 위한 '과정상의 산통'인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국세청에 주어진 가장 중요한 기본 임무가 세입예산의 확보라는 것을 잊어선 안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