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강만수 헌재 접촉' 첨예 공방

野 "헌법유린 사태" vs 與 "단순한 실언"

국회 기획재정위.법제사법위 합동으로 꾸려진 진상조사위는 이날 강만수 재정부 장관과 하철용 헌재 사무처장을 출석시켜 기관보고를 받고 행정부의 부당한 사법권 간섭이 존재했는지 추궁했다.

한나라당은 강 장관의 국회 발언이 단순한 실언이라고 주장한 반면 민주당 등은 강 장관의 발언으로 '헌법유린' 사태가 드러났다며 해임을 촉구하고 정부의 종부세 완화 방침에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강 장관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공식 사과했으나 "재정부가 '헌재와 접촉했다'고 말한 것은 재정부 세제실장 등 실무자가 헌재를 방문해 연구관을 면담하고 종부세 위헌의견의 제출 배경을 설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헌재 하철용 사무처장도 "헌재가 당연히 정부의 의견을 요구할 수 있으며 불러서 얼마든지 물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헌재가 강 장관에 공식 항의를 해야된다는 지적에는 "도대체 말이 돼야 상대를 하는 것 아니겠는가"라며 "말도 안 되는 사람한테 사과받는 건 옳지 않다. 말을 말같이 해야죠"라고 불쾌감을 토로했다. 면담 당시 헌재 내 CCTV를 제출하라는 민주당 측의 요구는 거부했다.

질의에서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재정부는 지난 8월 '종부세는 개편 필요성이 없다'고 했다가 두달만에 철회하는 견해를 헌재에 전달했다"며 "바뀐 입장을 전달하려면 의견서만 제출하면 되는데 세제실장이 직접 방문한 것은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아닌가"라고 추궁했다.

같은 당 오제세 의원도 "헌재에서 10월에 무려 4번에 걸쳐 재정부 고위간부와 헌재 연구관이 만난 것 자체가 적절치않다"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 "강 장관은 지난 6일 대정부질문에서 '세대별 합산은 위헌으로 갈 것 같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답했는데 헌재로부터 재판 결과에 대한 사전 설명을 들은 게 아닌가"라며 정부와 헌재의 관련자 문책을 요구했다.

자유선진당 임영호 의원은 "강 장관의 발언은 사법부를 행정부의 하부기관 정도로 취급한 것이자 종부세 혐오증이 낳은 헌법유린 행위라는 개탄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는 헌법소원의 경우 과거에도 관련 자료의 내용을 설명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강 장관의 세대별 합산 위헌 발언은 세제실장으로부터 고문변호사 등의 의견을 보고받고 사견을 밝힌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강 장관의 단순한 말실수"라고 반박했다.

같은 당 김재경 의원은 "지금이라도 선고 이후 상황에 대해 꼼꼼히 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헌재는 오후 기관보고를 앞두고 "종부세 관련 선고를 하루 앞두고 기관보고는 부적절하다"며 보고연기를 요청하는 공문을 진상조사위에 접수했으나 거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