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 이 날 전체회의 안건은 기획재정부 및 산하 4개 청(국세청, 관세청, 조달청, 통계청)의 내년도 예산안. 그러나 회의에 참석한 여·야 국회의원들은 예산안보다는 정부의 '감세정책'을 놓고 논란을 벌였다.
특히 무소속 강운태 의원은 "기획재정부가 감세정책 추진을 유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의 지적은 사실상 '훈계'나 다름없었다.
뒤를 이어 발언권을 얻은 한나라당 나성린 의원은 감세정책 추진에 발목을 잡는 야당 의원들에게 감세정책 필요성을 '강의'했다. 나 의원은 한나라당 비례대표를 통해 국회의원이되기직전까지 한양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강의해 왔다.
먼저 강 의원은 "정부가 긴장감을 가지고 지혜를 모아 현장에 맞는 정책을 내놓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걱정이 된다"며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국민 갈등과 분쟁을 더 이상 야기하지 말고 국민 통합과 상생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기획재정부가 국민 통합과 상생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3가지를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우선 '욕심'을 버리고, '고집'을 버려야 한다. 그리고 무리한 감세안을 버려야(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감세안 철회가 어려우면 유보라도 하라. 상속·증여세 인하, 법인세 인하가 뭐가 그리 급한 일이냐. 재정부가 감세안을 제출하면서 중산·서민층에 혜택이 많이 간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믿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결과적으로 정부의 감세정책 혜택은 부자와 대기업에게 간다. 지금은 근로장려세제 등을 대폭 확대하는 등 중산서민층을 직접 지원하는 정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이어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연소득 25만불 이상 고소득자 등에 대해 증세를 하고 중산·서민층은 감세한다고 했다. 세계 유수의 경제학자들도 감세가 아닌 재원확보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감세하는 것은)큰 흐름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기획재정부가)고집을 좀 버리고 잘 생각해서 좋은 대책을 만들어 달라. 그렇다면 여기 있는 여·야 모든 의원들이 전부 협조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발언권을 얻은 나성린 의원은 감세정책 필요성에 대한 강의로 자신의 발언시간을 소비했다.
나 의원은 "야당이 자꾸 (감세정책을)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갈등적 측면에서 보는데 이는 문제가 있다. 우리 사회에 부를 창출하는 집단에 인센티브를 줘야 소비도 하고 투자를 한다.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로 빈곤층이 혜택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의원은 "(감세정책을)반대하시는 분들은 경제이론을 공부 안하시고 정치적 공세를 하는 것 같아서 답답하다"며 "물론 경제학적 측면에서도 찬반양론이 많지만 일방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나 의원은 "감세정책의 효과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대폭적인 감세정책은 분명한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나 의원은 이어 "현 시점에서는 감세만 해서는 안된다.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를 함께 해야 한다고 본다. 이럴 경우 재정 건전성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나 이는 모든 나라가 감수하고 있는 문제다"라며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의 적절한 정책조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야 의원간 감세정책에 대한 논란이 계속될 조짐을 보이자 회의 진행을 맡은 최경환 한나라당 의원은 " 지금 이 자리는 기획재정부와 산하 4개 청의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논의를 하는 자리다. 회의의 효율성을 감안해 가급적 예산안과 관련한 문제점 등에 대해 논의를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