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밀접한 직무관련성 없으면 취업제한 안 돼"
금융감독원 고위직급자가 직접 감독 업무를 하지 않았다면 퇴직 직후 보험사에 취업해도 제한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김인욱 수석부장판사)는 손모 씨 등 2명이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해임요구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금감원에서 각각 1ㆍ2급으로 근무한 손씨와 이모 씨는 지난해 퇴직한 다음 날 삼성화재와 미래에셋생명에 상근 감사위원으로 취업했다.
이들은 퇴직에 앞서 대통령이 훈령으로 정하는 직급ㆍ직무 종사자는 퇴직 이전 3년간 소속했던 부서의 업무와 관련된 사기업에 취업하지 못하게 한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각각의 회사에 들어가는 것이 취업 제한에 해당하는지 금융감독위원회 등에 확인을 요청했다.
금감원 직원은 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은 아니지만 2급 이상이면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재산등록 및 취업 제한 규정의 적용을 받는 공직유관단체 직원으로 분류된다.
금감위는 공직자윤리위 판단을 거쳐 이들의 취업이 규정 위반이라고 통지하고 해임을 요구했으며 손씨 등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금감위는 "손씨가 퇴직 전에 보험조사실에서 삼성화재 등을 상대로 실태 조사를 하는 등 직접 감독 업무를 수행했기 때문에 업무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업무 관련성을 제한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손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보험조사실은 보험 사기사건 조사, 보험 사기자 처리 및 사후 관리, 사기에 대한 보험사의 업무실태 점검과 이를 토대로 한 조사기법 연구 등을 담당하고 있다"며 "이는 업무개선이나 정책자료 활용을 목적으로 실시된 것이므로 직접 감독 업무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결했다.
또 "이씨가 근무한 민원처리부서에서는 미래에셋생명과 관련된 민원을 13건 처리했으나 그 중 11건은 단순 안내에 불과하고 나머지 2건은 민원이 취하돼 직접 조사나 검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마찬가지로 관련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어 "관련 사기업 취업을 제한하려고 소속 부서의 업무 범위를 판단할 때 퇴직공직자의 자유와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