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김진표 "소득·법인세 부자감세 철회해야"
정부가 발표한 2009년 세제개편안에 대한 야당과 각계의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전날 긴급 보도자료를 통해 "부자감세 재원확보에 급급해 무리한 증세를 추진했다"고 비난한 민주당은 26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본격적인 지적을 쏟아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정부의 세제개편 내용을 보면 부자감세를 통해 세수결손이 생기니까 이를 채우기 위해 여러 계층에게 아주 작은 금액을 나눠 부담시키는 증세를 감행했다"며 "이는 근원적 처방대신 미봉책을 택한 잘못된 세제개편"이라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그런 작은 부분에 있어 미세 조정도 필요하지만 근본은 근원적 처방"이라며 "그것은(근원적 처방은) 한나라당에 의해 만들어진 부자감세를 철회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한다. 이번 세제개편에 있어 우리당은 이러한 입장과 정책을 분명하게 견지하겠다"고 향후 입법과정에서의 철저한 검증을 예고했다.
정 대표는 특히 "이 정권 들어 부자감세로 국정을 시작한 것이 대표적 실정 중 하나"라며 "야당이 거듭 주장한 것처럼 부자감세를 철회하거나 미루는 것이 (세제개편의) 중심이 돼야 하는데 야당이나 국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부자감세는 철폐되거나 미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진표 최고위원은 "51조원이나 빚지고 있는 정부에서 내년에만 23조에 달하는 부자감세를 놓고 세수증대책 강구하라니까 온 구석구석을 끌어다가 심지어는 국민을 속이는 눈 가리고 아웅 식 세수증대를 하고 있다"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김 최고위원은 전 재정경제부 세제실장 및 재정경제부장관(부총리) 출신답게 정부 세제개편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조목조목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은 금융기관의 채권이자 소득에 대한 법인세 원천징수 제도를 부활한 부분에 대해 "오죽 궁했으면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5조2000억원을 임시로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당겨서 거두겠냐"며 "내년에 거뒀다가 후년에 되돌려주는 이런 증세가 전체 증세의 절반"이라고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은 또 "이런 궁박한 상황에서 하다보니 대형가전에 대한 개별소비세도 올렸는데 명분은 에너지 다소비 업체에 세금을 매겼다고 하지만 이는 산업계에 엄청난 타격을 준다"며 "생산라인을 재설비하고 조정해야 한다. 명분상 세수 늘리기에 급급해서 우리 산업경쟁력을 크게 해칠 우려가 있다"고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이어 전세보증금에 대한 소득세 부과에 대해서는 "세수가 200억원 밖에 안 되는데 3주택 가진 사람에게만 매긴다고 하지만 집을 빌려 사는 사람은 집을 빌려준 사람이 2주택인지 3주택인지 알 수 없고, 이것이 결국 전세보증금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도소득세 예정신고공제 폐지에 대해서도 "양도소득세도 제대로 하려면 세율을 올려야지 작년에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율을 대폭 인하했는데 이번에 양도세 자진신고를 장려하기 위해 10% 공제한 것을 폐지하면 대부분 중산층이 세금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며 "세수증대에 급급해서 일관성과 실효성 없는 정책으로 세수증대를 하니까 세제가 뒤죽박죽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최고위원은 또한 "법인세와 소득세의 최고세율 내리는 것을 기왕 내려간 것은 몰라도 내년 이후 내려갈 것은 철회해야 한다"며 "부자감세 철폐와 지방재정에 대한 확실한 보전방안 마련, 그리고 최근 저출산 고용화로 인한 긴급한 사회적 문제를 치유하는 세제를 포함해서 우리 당의 세제개편안을 발표해 관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어제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에 대해서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는 공감을 다시 한 번 했다. 부자세금을 90조원이나 깎아주고 나라 빚은 110조원이나 늘렸는데 그 부족분은 서민과 중산층에게 뜯어내겠다는 정책을 발표한 것"이라며 "텅 빈 나라 곳간을 채우려면 중산층과 서민에게 세금을 더 걷을 것이 아니라 부자감세를 철회하고 4대강 사업 같은 대규모 토목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