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용호 국세청장 취임 후 국세청 조직에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납세자보호관실' 신설을 꼽을 수가 있습니다.
납세자보호관실은 기존의 납세지원국과 법무심사국의 명칭을 폐지하고 기능을 재조합해 만들어 낸 조직.
징세과가 주무과(課)였던 납세지원국은 납세자보호담당관이 주축인 납세자보호관실(납세자보호담당관, 심사1담당관, 심사2담당관)로 개편됐습니다.
법무과가 주무과(課)였던 법무심사국은 징세과를 주축으로 한 징세법무국(징세과, 법무과, 법규과, 세정홍보과)으로 재편됐습니다.
납세자보호관실은 국세청 납세서비스를 한층 업그레이드한다는 취지 아래 만들어졌습니다.
납세자보호관실의 역할은 기존 납세지원국에서 수행하던 역할과 개괄적인 부분은 유사하지만 실질적인 권한의 측면에서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힘을 부여받았습니다.
새롭게 도입되는 '납세자 권리보호 요청제'에 준해 부당한 세무조사에 대한 납세자 불만 제기시 이를 즉각 중단할 수가 있고 잘못된 직원에 대한 징계요구권까지 행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질적인 권한도 권한이지만 납세자보호관실의 '위상'이 과거에 비해 제고됐다는 증거물들은 또 있습니다. 바로 최근 실시된 부이사관 승진인사가 바로 그 증거입니다.
지난 12일 단행된 부이사관 승진인사에서 서윤식 심사1담당관, 안동범 심사2담당관 등 납세자보호관실 산하 부서의 장(과장)들이 부이사관 반열에 올랐습니다.
서 담당관과 안 담당관이 부이사관으로 승진하면서 기존 이병렬 납세자보호담당관(부이사관)을 포함해 납세자보호관실 산하 3개 부서의 장(납세자보호담당관, 심사1담당관, 심사2담당관)은 모두 부이사관급으로 채워지는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 현실화 됐습니다.
이번 승진인사로 감사관실도 납세자보호관실과 같은 상황(권기룡 감사담당관, 심달훈 감찰담당관)이 됐지만 이들 두 개 직위는 전통적으로 '승진1순위 직위'로 꼽혀왔다는 측면에서 국세청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과거 국세청 내부에서 소외 아닌 소외를 받아왔던 납세지원국의 후신(後身)인 납세자보호관실이 부이사관급 과장들로 채워졌다는 사실에 많은 수의 국세청 사람들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아마도 이 같은 사례는 처음일 것"이라며 "외부에서 영입된 납세자보호관에게(이지수 납세자보호관) '힘'을 단단히 실어주겠다는 백용호 국세청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 아니겠느냐"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이 같은 위상의 제고는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것에 불과합니다.
중요한 것은 제고된 위상과 부여된 권한을 어떤 식으로 활용해 얼마만큼의 성과를 일궈내느냐의 문제입니다. 과거와는 확실하게 다른 성과물을 내야만 납세자보호관실이 미래 국세청의 '주류'로서 인정을 받을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감안하면 위상제고와 권한 확대가 그다지 좋은 일(?)만은 아닌 측면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성과적 측면만 떼어놓고 볼 때 납세자보호관실 스스로를 옥죄는, 커다란 '부담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