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배경을 놓고 외압 논란을 낳았던 이정환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사퇴 압력을 받았다고 직접 밝힘에 따라 파장이 예상된다.
이정환 전 이사장은 16일 거래소 직원들에게 보낸 고별 서신에서 "취임 이후 직.간접적인 사퇴 압력을 많이 받았다"며 "하루하루 힘들지 않은 날이 없었으며, 저 자신뿐만 아니라 임직원 여러분, 제 가족과 친인척, 그리고 심지어는 주변 사람들까지도 힘들게 한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또 검찰 압수수색 수사와 감사기관의 압박, 금융정책 당국의 협박과 압박에도 시달렸으며, 이 과정에서 자신의 선.후배까지 동원됐다고 그는 털어놨다.
그는 자신을 쫓아내고자 정부 당국이 제도와 원칙을 바꿨다고 말해 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이 자신의 사퇴를 겨냥한 것이었음을 암시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사퇴 압박 주장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면서도 이 전 이사장의 개인적인 느낌일 뿐이라며 일축했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느끼기에 그런 것은 없었고, 이 전 이사장의 개인적 생각으로 본다"며 "대꾸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 역시 "금감원은 사퇴 압박을 가할 위치에 있지도 않고, 실제 그런 일을 한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이 전 이사장은 "명분 있는 사퇴 방안를 생각했으며 '거래소 허가주의 도입'을 위한 입법 추진이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거래소 허가주의란 자본금 1천억원 이상의 주식회사가 투자자 보호장치와 시스템을 갖추면 누구나 거래소를 설립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허가주의가 도입되면 거래소가 독점적 지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근거가 돼 공공기관 지정에서 해제되는데 도움이 된다.
이 전 이사장은 3년 임기를 절반가량 남겨두고 지난 13일 전격 사퇴했다. 작년 3월 취임한 이후 1년7개월 만이다.
증권업계는 이 전 이사장이 사퇴 과정에서 직.간접적 압력에 시달렸다고 밝힘에 따라 후임 이사장 인선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