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를 맞아 대기업들의 움직임이 어느 때보다 분주했다.
경기회복을 점치는 조심스런 전망이 제기되고는 있지만, 상반기만해도 앞이 보이지 않게 깜깜했던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뤄진 것.
위기를 기회로 삼아 이제까지는 눈도 돌리지 않던 신사업에 손을 대는가 하면, 일부는 불필요한 사업은 과감하게 구조조정하고 핵심분야에 역량을 모으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쓰기도 했다.
◇"이런 사업도?"..신사업 백태 = 대농장과 부동산, 임플란트 사업에 이르기까지 이색 사업 진출이 부쩍 눈에 띈다.
SK그룹의 경우 SK가스가 지난해 6월 해양심층수 개발업체인 울릉미네랄㈜의 주식 67%를 취득했다. 이후 사명을 '파나블루'로 바꿔 해양심층수 제품 '슈어' 등을 출시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부동산 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 여의도 주유소 용지를 복합업무용 빌딩인 'S-트레뉴'로 개발해 500억 원 이상 수익을 올렸고, 최근에는 서울 대치동에 위치한 SK케미칼 사옥 용지 재개발에 나섰다.
GS그룹도 다양한 신사업에 손대고 있다. 올해만 합성수지 용기 제조 및 판매업체인 ㈜비엔씨와 그린센츄리㈜, 주류 수입판매업체인 ㈜마루망비앤에프, 옥산오창고속도로 건설관리를 맡을 옥산오창고속도로㈜ 등 9곳을 사들였다.
이미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 뛰어든 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여의도 넓이의 33배에 이르는 대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러시아 영농법인을 인수했다.
친환경 사업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경영전략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현대종합상사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포스코는 올해 3월 남미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 '유로탈리'라는 이름의 회사를 세웠다. 지금은 포스코 우루과이법인으로 이름을 바꾼 이 회사는 현지에서 조림사업을 하는 대가로 탄소배출권을 확보하는 사업을 한다.
포스코는 또 치과용 임플란트 코팅 업체인 메디엠이라는 소규모 회사에도 출자했고, 포스코건설과 포스데이타를 통해 국내에 설립되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리조트 개발.관리회사의 지분 37.5%도 취득했다.
한화는 산업은행, 지방자치단체와 특수목적법인을 세워 부동산 개발 및 분양 사업을 진행할 목적으로 지난 8월 이후 김해테크노밸리, 춘천테크노밸리 등을 설립했다.
◇불필요 부문 매각..핵심역량 강화 = 전자업계는 연초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해외 법인을 설립하고 소규모 인수합병(M&A)을 통해 차세대 전략사업 확보에 나섰다.
삼성은 올 4월 차세대 광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LED)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삼성LED를 공식 출범했다.
삼성전자는 또 올 1월 중국 내 CDMA 이동통신 시스템 판매와 유지 보수를 위한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삼성테크윈도 올 1월 중국 내 휴대전화 카메라, 실물화상기, 감시카메라 시스템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톈진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고, 상하이에도 공기압축기 등을 판매할 법인을 만들었다.
SK텔레콤은 지난 7월 카자흐스탄 이동통신 3위 사업자 '모바일텔레콤서비스'의 지분 51% 인수를 위한 입찰의향서를 제출, 중앙아시아 이동통신사업 교두보를 마련했다.
SK케미칼은 지난해 4월 국내 최대 병의원 의료전자차트(EMR) 솔루션업체 유비케어 경영권과 지분 43.97%(1천771만4411주)를 414억원에 인수해 글로벌 생명과학 기업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중이다.
GS그룹은 유류 운송업체인 유정운수, 수입맥주 도매업체인 에스엠, 스포츠용품 및 의류 수출입업체인 ㈜동보아이엔티, 정보처리 및 컴퓨터 운영업체 ㈜스마트로 등 불필요한 사업을 정리했다.
대신 종합상사인 ㈜쌍용을 인수해 지난 7월 GS글로벌로 사명을 바꿨다. GS글로벌은 앞으로 신사업 발굴 등 해외사업 역량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고 계열사들의 해외사업 컨트롤 타워 역할도 할 예정이다.
자동차 업계도 신사업 진출보다 완성차 제조 분야 내에서 경쟁력 강화 노력을 벌이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자동차 부품의 전자화라는 세계적 추세에 맞춰 올해 상반기 자동차 부품 회사인 현대모비스와 전장품 전문 업체인 현대오토넷의 합병을 성사시켰다.
현대차는 올해 1월 광고 계열사인 이노션의 해외 법인을 러시아에 추가 설립해 현지 마케팅 역량을 강화하기도 했다.
중공업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바꾼 두산은 올해 초 주류사업 부문을 매각하고 두산 DST, SRS코리아, 삼화왕관 등 3개사와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하고 있는 KAI(한국우주항공) 지분 20.54%도 처분했다.
대신 지난달 두산중공업이 체코의 터빈 원천기술 보유 회사인 스코다 파워(Skoda Power)사(社)를 인수했다.
한화그룹은 레저와 숙박, 식음 서비스 등을 영위하는 한화리조트, 한화개발(서울프라자호텔), 63시티를 통합, 시너지를 극대화하기로 했다.
내달 30일 리조트와 개발이 합병되고, 63시티는 12월 중순께 자산관리 부문만 빼고 통합한다.
신세계는 유통업계 비중이 늘고있는 와인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와인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계열사 신세계L&B를 설립했다.
롯데쇼핑은 유통부문을 하나로 묶고, 식품 부문은 따로 떼어 업무 효율성을 강화했다.
이를 위해 롯데쇼핑 내부에 있던 식품사업본부를 ㈜롯데삼강으로 넘기고, 크리스피크림도넛(KKD) 사업본부를 롯데쇼핑에서 분리했다. 또 롯데리아 등 여러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 운영)의 주식 50.12%를 인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