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분양아파트 가산금리 3.5% 적용…연 6%대 '훌쩍'
분양시장이나 건설업체 재무상황 등이 연초에 비해 좋아졌지만 은행들의 가산금리는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최근 건설사들이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이자후불제로 바꿔 중도금 대출 금리부담은 고스란히 수요자 몫이 되고 있다. 또 중도금 이자후불제를 내건 건설사들도 중도금 납입기간의 이자를 부담하고 있어 건설사들의 부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 중도금 집단대출 금리 6% 훌쩍넘어…"가산금리 탓"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천에서 분양한 A건설업체는 최근 거래 은행으로부터 중도금 집단대출 금리를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3.5%로 요구받았다. 26일 현재 91일물 CD금리는 2.79%로 가산금리 3.5%를 더하면 중도금 집단대출 금리는 6.29%로 정해지게 된다.
이 건설사가 연초 인천지역에 분양할 당시 제시받았던 가산금리는 3.0%. A건설사는 1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했고 현재 재무 여건도 연초보다 개선된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가산금리는 0.5%포인트 높게 책정된 셈이다.
인천의 또 다른 지역에서 1000가구가 넘는 대규모 분양에 나선 B건설은 중도금 집단대출의 가산금리를 3.5%로 제시받았다. B건설사의 경우 올 초 3.56%의 금리가 적용됐지만 최근에는 0.06%포인트 떨어진 3.5%가 적용됐다.
B건설의 경우 가산금리가 낮아지긴 했지만 최근 분양한 아파트 단지 규모가 연초 분양단지보다 5배 이상 크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사업성 등이 가산금리 책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대형건설업체도 마찬가지. 시공능력평가 10위권 이내의 C건설사는 최근 서울지역 재개발 분양에 나서면서 가산금리를 3.2% 적용 받았다. 같은 대형건설업체이면서도 지난 5월 인천 청라지구에서 3.1%의 가산금리를 적용 받은 SK건설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 개인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높은 경우도 발생
중도금 집단대출의 경우 대출자들이 많고 건설회사가 보증을 서는 형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개인이 받는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대개 금리가 낮은 편이다. 과거의 경우 보통 1~1.5%포인트 가량은 낮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아파트 분양이 활기를 띠었던 지난 2006년의 경우 집단대출 가산금리는 0.5% 수준이었다. 2006년 11월 기준 CD금리는 4.6%로 집단대출 금리수준은 5% 안팎이었다. 당시 일반 주택담보대출금리는 연 6.5% 수준으로 집단대출과는 1~1.5%포인트 가량 금리차(스프레드)가 발생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개인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집단대출금리가 거의 비슷하거나 대출을 받는 사람의 신용도에 따라서는 집단대출 금리가 높은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번 주 국민은행이 고시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75~6.35%로, 가산금리를 최대로 적용받는 대출자의 금리와 집단대출 금리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신용도가 좋은 사람은 개인주택담보대출의 금리가 낮은 경우도 나타날 수 있다.
◇ 은행권 "수익성 때문에 무작정 낮출 수 없다"
은행들은 집단대출의 경우 각 사업장의 입지, 단지규모, 시공사의 신용등급, 분양률 등을 골고루 평가해 가산금리를 적용하기 때문에 경기가 좋지 않은 때에는 당연히 가산금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건설업체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올 초보다 분양시장 상황이 좋아졌고 건설업체들의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이전 사업장의 분양 실적도 양호했지만 실제 은행들과의 금리 협상에서는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D건설 관계자는 "은행들은 일단 중도금 대출이 어렵다고 하기 때문에 금리를 은행들이 요구하는 수준까지 올려주지 않으면 안된다"며 "소비자들에게 금융혜택을 지원하지 않을 경우 분양 성적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은행들의 요구를 들어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은행권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집단대출을 통해 자산을 확대하는 등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했지만 지금은 예금금리 수준과 비교해서 수익성을 따져야 하기 때문에 집단대출 금리를 무작정 낮게 책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 건설사·수요자 부담 증가…은행만 '화색'
은행권은 높은 예금금리를 통해 동원한 자금이라 가산금리를 낮출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문제는 그 부담을 수요자와 건설업체들이 모두 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총 1287가구를 분양하는 영종하늘도시 30블록 `우미 린`의 경우 84㎡(전용면적기준) 주택형의 평균 분양가는 약 3억4000만원 안팎이다. 이 아파트 단지의 중도금 총액은 2635억원800만원(평균 분양가의 60% 2억400만원×1287가구)이다. 중도금 전액을 대출받을 경우 금리가 0.5% 상승할 경우 증가하는 비용은 13억1000만원 가량이다. 연간 가구당 101만원 가량의 이자를 더 부담해야 하는 것.
이자후불제로 분양하게 되면 중도금 납부 기간 동안은 건설사가 부담하지만 입주 때에는 입주자들이 고스란히 물어내야 한다.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제공하게 되면 건설사가 전적으로 부담을 떠안게 된다.
E건설사 관계자는 "자칫 집단대출의 높은 금리가 겨우 되살아나는 분양시장 경기를 죽일 수도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