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악덕 사업주들이 쓰는 방법 중 소위 '모자 바꿔쓰기'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수법은 사업장을 폐업하고 명의만 다른 사람으로(속칭 바지사장) 변경한 뒤 실제로는 계속해서 사업을 유지하는 방법을 뜻합니다.
최근에는 각종 제도적 장치가 강화되면서 이 같은 탈법행위가 감소하는 추세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수 년 전까지만 해도 유흥업소 또는 금지금 시장에서 상당히 만연된 탈세수법 중 하나였습니다.
탈법을 저지르는 당사자들은 혹여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엄연히 조세범죄의 한 지류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아울러 탈법행위 적발시 응분의 대가를 치르는 것도 당연한 것이지요.
지금부터 조세심판원의 결정례를 소개합니다. 세금부담을 피해나가기 위해 이들은 '모자 바꿔쓰기'를 감행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들은 한 가족이었습니다. 얼마나 세금을 내기 싫었으면, 이 가족이 탈법을 선택한 사연을 소개합니다.
□ 수시로 (명의)사장님 바뀌는 '횟집'= 청구인 A씨(이하 A씨)는 서울에서 횟집을 운영하면서 지난 2007년 제2기∼2008년 제1기 부가가치세 과세기간 중 과세유형을 '간이과세자'로 부가세 과세표준과 세액을 신고했습니다.
관할 세무서가 이 횟집을 조사해보니 이상한 점이 발견됐습니다. 2005년 제1기∼2008년 제1기 과세기간 중 실제로 A씨가 횟집을 운영했는데 개·폐업이 반복됐고 그 때마다 명의자(사업자등록자)가 전환된 점을 찾아낸 것입니다.
놀랍게도 개·폐업을 반복하는 동안 명의자는 A씨의 아들에서부터 시작, 부인과 며느리를 거쳐 A씨 순으로 옮겨갔습니다. 또한 개·폐업 시점, 명의전환 시점 마저 교묘하게도 간이과세자에서 일반과세자로 전환될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이 발견됐습니다.
통상 간이과세자에서 일반과세자로 전환되면 세금부담은 물론 납세협력의무의 증가로 사업자들의 부담이 늘어납니다.
결국 국세청은 A씨가 일반과세자로 전환되는 시점에 타인 명의를 대여, 개·폐업을 반복하면서 간이과세자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모자 바꿔쓰기'를 한 것으로 결론 내고 수 천만원의 부가세와 소득세를 부과했습니다.
□ "생계유지형 횟집에 거액 세금, 억울합니다"= A씨는 국세청 결정에 반발,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습니다. A씨는 "20평 정도의 소규모 생계유지형 횟집이고 아들과 부인, 며느리가 실제로 사업을 운영했다"는 주장을 펴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A씨는 "이전 사업자(아들과 부인, 며느리)들이 각각 실제로 사업을 운영했는데도 불구하고 국세청이 단순히 개·폐업이 반복되고 본인이 연장자라는 점, 가장 최근에 사업을 했다는 심증만으로 과세한 처분은 부당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A씨와 명의자들은 약 1년 정도씩 사업을 하고 개·폐업을 반복했다. 아울러 이들이 폐업한 이유를 '영업부진'이라고 했는데 특수관계자(친족)가 운영하던 영업 부진 사업장을 특수관계자가 다시 인수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박했습니다.
□ 심판원, "일반과세 피하기 위한 탈법, 세금 내시오"= 조세심판원은 A씨의 심판청구에 대한 실질조사를 진행한 뒤 국세청의 과세가 잘못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A씨가 실질적으로 사업을 운영했고 나머지 명의자들은 '바지'에 불과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입니다.
심판원은 결정문을 통해 "최초 사업장을 인수한 아들이 일반과세자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폐업한 뒤 어머니(A씨의 부인)가 사업을 양도했고 이듬해 관할세무서로부터 과세유형 전환통지를 받은 직후 또 다시 폐업 후 며느리가 사업을 양도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심판원은 이어 "2007년에도 일반과세자 유형전환통지 발송 즈음 폐업하고 A씨가 며느리로부터 사업을 양도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명의자 변경을 통한 개업과 폐업을 반복하면서 과세유형을 간이과세자로 유지하려 한 의도로 판단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심판원은 "개·폐업을 반복하지 않고 계속 사업을 했다면 과세유형이 간이과세자에서 일반과세자로 전환되는 사업자에 해당한다"며 "과세유형 전환통지 즈음 가족들에게 명의를 대여받아 개업과 폐업을 반복, 부가세 등을 탈루한 것으로 밖에 볼 수없다"고 강조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