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작년 이맘때 판매한 고금리 예금을 재유치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친 가운데 은행간 희비가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은행은 지난해 10월 팔았던 고금리 예금 중 만기가 돌아온 예금의 상당 부분을 유치했지만 일부 은행의 예금 잔액은 이달 들어 오히려 줄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한 달간 은행권 정기예금 증가액은 19조102억 원으로 전달의 2조175억 원보다 5배가량 급증했다. 이들 정기예금 증가액 가운데 70~80%는 만기가 1년짜리로 추정된다. 당시 은행들은 6~7%대 높은 금리를 주고 1년 만기 예금을 유치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이달 중 만기가 돌아오는 예금의 이탈을 막으려고 총력전을 펼쳤다.
신한은행의 경우 이달 들어 26일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9월 말보다 3조1천517억원이 늘어나 전달의 3조8천643억 원에 이어 높은 증가세를 유지했다. 신한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 9월 중에는 전달보다 2천367억원이 줄었으나 10월에는 5조7천364억 원이나 급증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금리가 오를 것으로 보고 은행들이 미리 자금을 조달하려고 하고 있다"며 "우수 고객에 대해 우대금리를 주면서 만기 도래한 예금의 상당 부분을 재유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신한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은 4.44% 수준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0월 한달간 정기예금 증가액은 1천29억 원에 불과했으나 올해 10월 중에는 2조5천516억 원으로 급증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작년 이맘때 다른 은행들은 특판예금을 취급했으나 우리는 판매하지 않았다"면서 "최근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가운데 앞으로 금리 인상이 예상되면서 양도성예금증서(CD)연동 정기예금을 중심으로 예금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 은행의 CD 연동예금은 9월 한 달 동안 1조513억 원이 늘어난 데 이어 10월에도 26일 현재 1조808억 원이 증가했다.
반면 이번 달 하나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전달보다 2천억 원이 오히려 줄었다. 하나은행은 작년 이맘때 3조1천473억 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PB고객을 대상으로 만기 도래한 고금리 정기예금을 시장성 상품이나 채권형 상품 등에 다양하게 분산 예치할 것을 권했기 때문에 예금 잔액이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10월 중 2조4천36억 원이 늘었으나 이달에는 7천490억 원이 증가하는데 그쳤다. 외환은행도 이달 정기예금 증가액은 6천726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1조4천722억 원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자금 운용이 없는 가운데 수신만 급격히 증가할 경우 유동성 비율이나 은행 손익 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따라서 무리하게 자금을 유치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대출 규제로 주택담보대출 등이 막힌 가운데 은행들도 자금을 굴릴 데가 마땅치 않자 굳이 고금리를 주고 예금을 다시 끌어올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