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홍콩계 펀드 P사 주가조작 혐의 압수수색
후폭풍 발생 여부 주목…부실株 퇴출 많아질 듯
검찰이 외국계 헤지펀드의 주가 조작, 조세 회피를 수사키로 하면서 코스닥시장에 후폭풍이 불어닥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부 외국계 펀드가 다소 `미심쩍은` 방식으로 코스닥시장에서 대규모 수익을 창출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부실 코스닥기업의 경우 사실상 자금조달 길이 막혀 있기에 이들에게 의존했던 것이 사실. 코스닥시장 관계자들은 검찰 수사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검찰, 홍콩계 펀드 P사 주가조작혐의 조사
코스닥시장에 `검찰 해외펀드 조사` 우려감이 퍼지기 시작한 것은 작년 11월. 작년말 검찰이 홍콩계 펀드 P사의 주가 조작혐의를 포착하고 이 회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뒤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검찰은 P사가 코스닥기업 E사의 신주인수권표시증서를 장외에서 취득, 곧바로 신주인수권을 행사한 뒤 2배에 가까운 가격에 장내 매도한 것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P사가 신주인수권표시증서 인수 뒤 주가를 조작하고, 이후 주식을 매도해 대규모 차익을 남긴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것.
P사의 주가조작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신주인수권표시증서 매매만 놓고 보면 상당 수준의 수익을 거둔 것은 사실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P사는 E사 신주인수권을 주당 3469원에 행사했다. 당시 E사 주가가 6000원대 후반에 형성돼 있었던만큼 적잖은 시세차익이 가능했다.
P사에 신주인수권표시증서를 매각한 곳은 딘 매니지먼트(Dean Management Ltd)로, 이 기업이 어떤 과정을 거쳐 증서를 매입했는지는 알 수 없다.
E사 관계자는 "투자자들간의 거래라 회사로선 아무것도 알 수 없다"면서 "P사 조사와 관련해 회사가 조사를 받거나 한 일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E사는 모 대기업 3세가 운영하는 회사로 몇몇 코스닥 테마에 걸쳐 있는 기업이다. E사는 P사가 지분을 모두 처분하자 일부 언론을 통해 "P사 지분 매각으로 물량 부담이 사라졌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검찰은 또 P사가 국내 모 창업투자사와 연계해 주가조작에 나선 정황도 포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사 투자기업들을 압수수색하고 관련 자료를 모으는 상황이다.
◇ 코스닥업계 "미심쩍은 것 사실..올것이 왔다"
검찰의 P사 조사와 관련, 시장 관계자들은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한 코스닥기업 대표이사는 "`코스닥시장에서 돈 버는 곳은 외국계 펀드뿐`이란 말이 많다"면서 "더군다나 이 펀드들은 본사를 조세 회피지역에 두는 경우가 많아 세금마저 제대로 내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였다"고 말했다.
외국계펀드들은 주로 코스닥기업의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대량으로 사들인 뒤 곧바로 매물을 쏟아내면서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알려진다. CB나 BW 모두 주가가 추가 하락하면 전환가(행사가)를 조정해주기 때문에 상장폐지되지 않는한 손해를 볼 가능성은 별로 없었다.
우연의 일치인지 외국계 펀드가 대량으로 지분을 취득하면 해당 코스닥기업이 급등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 기업이 테마주에 가담하면 거래량까지 늘기 때문에 펀드로서는 `금상첨화`였다.
또 다른 시장 관계자는 "외국계 펀드가 사채업자보다 무섭다는 것은 공공연한 얘기"라며 "안하무인으로 날뛰는 펀드도 많았기 때문에 검찰 조사는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선 외국계 펀드 집중조사가 벌어질 경우 일부 코스닥기업은 숨통이 죄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감독원 등이 부실기업의 유상증자를 제한하는 와중에 외국계 펀드마저 움츠러든다면 상당수 기업이 자금난에 빠질 거라는 것.
이 관계자는 "물론 이 역시 결국엔 부실기업의 퇴출로 이어질 수 있어 긍정적일 수 있지만, 시장이 움츠러드는 과정에서 일부 투자자들의 손실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