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1일 행정부처이전을 백지화하고, 대기업과 대학, 연구소 등을 집중유치, 산학연이 연계된 과학비즈니스벨트를 조성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발표했지만 실질적인 세종시의 수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미 국회의 동의를 거처 마련되고 추진돼 온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ㆍ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특별법'을 전면 개정해야 하고, 행정기관 이전계획을 백지화함에 따라 '행정중심'이라는 명칭도 바꾸고 도시의 이름도 새롭게 고민해야한다.
당장 정부입법의 형태로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ㆍ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특별법 전부개정안'이 입법예고와 국무회의 등의 과정을 거쳐 국회에 제출돼야 한다.
또 입주기업 등을 위해 마련된 각종 세제 혜택을 위해 조세특례제한법도 개정해야 하며, 과기벨트 조성을 위해 과학비지니스 특별법도 제정해야 한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이날 수정안을 발표하면서 "국회의원 여러분께도 조속한 시일 안에 통과시켜 주실 것을 각별히 당부 드린다"고 했지만 정부가 일사천리로 관련법 정비를 마무리 한다고 해도 국회에서의 법안처리는 '산 넘어 산'인 상황이다.
우선 여권인 한나라당 내에서조차 원안과 수정안에 대한 찬반 논란이 거세, 당론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수정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강조한 상황에서 친이(이명박) 친박(박근혜)계의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가고 있다.
당론이 바뀌려면 재적 3분의 2인 113명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지만 이에 부정적인 친박계 의원들이 60명 안팎에 달해 113명을 채우는 작업이 쉽지만은 않다.
우여곡절 끝에 당론이 정해진다 해도 국회 상임위원회의 통과여부부터 난관에 봉착하게 될 가능성이 많다. 민주당은 물론이고, 자유선진당 등 모든 야당에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상임위원회의 전체회의 통과가 불확실하다.
행복도시 특별법 원안이 통과됐던 국토해양위원회나 세종시 설치법이 계류중인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논의될 수도 있으나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심의할 수도 있다.
개정안이 상임위를 통과해 법사위까지 거치더라도 본회의에서의 표대결이 남게 된다.
법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18대 국회 총 298석 중 과반인 150명의 찬성이 필요하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169석으로 과반을 점유하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당론을 정리해서 전원 찬성표를 던질 경우에는 쉽게 처리가 가능할 수 있지만 당론정리가 틀어지거나 반대표를 던질 게 분명한 야당(민주 87석, 자유선진 17석, 친박연대 8석, 민노 5석, 창조한국 2석, 진보신당 1석)과의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지난 2008년 연말 국회와 같은 파행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정부는 늦어도 다음달에 법률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지만 한나라당 내에서는 이러한 정치적인 상황을 고려해 법안처리를 유보 또는 늦춰서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4월 임시국회 이후나 오는 6월 지방선거 이후에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