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6월에 벌금 100억…"죄질 극히 나쁘다"
서울동부지법 제11형사부(정영훈 부장판사)는 2일 회삿돈 1천898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로 기소된 전(前) 동아건설 자금부장 박상두(49)씨의 선고공판에서 징역 22년6월과 벌금 100억원을 선고했다.
징역 22년6월은 누범(累犯)이 아닌 피고인에게 법원이 선고할 수 있는 유기징역의 상한형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회사가 법정관리 상태에 들어가는 등 관리, 감독이 소홀해진 틈을 타 일반인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범행을 저질렀다. 돌려막기 방식으로 동아건설 계좌에 입금한 금액을 고려하더라도 착복한 금액만 974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어 "겉으로는 잘못을 모두 자백하고 뉘우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공범에 대해서는 수시로 말을 바꾸면서 진실 규명에 전혀 도움을 주지 않고 있는 등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는지 의구심마저 든다"며 "유기징역형은 법원이 선고할 수 있는 처단형(處斷刑)의 가장 상한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처단형은 법정형(法定刑)을 범죄사실에 적용함에 있어서 법률상.재판상의 가중감경을 해 처단의 범위가 획정된 형으로, 피고인에게 실제로 선고되는 선고형의 최종적인 기본이 된다.
재판부는 또 "횡령 과정에서 회사 및 은행 명의의 각종 서류를 위조하고 회계법인의 감사 업무를 방해하는 등 죄질이 극히 나쁘다"며 "횡령액의 상당 부분을 경마나 해외 원정도박 등으로 탕진하는 등 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보여줬고, 피해 변제를 위한 노력마저도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박씨는 2004년 9월부터 출금청구서를 위조하거나, 제삼자의 허가가 있어야 예금을 인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인 `질권설정'을 서류상으로만 허위로 설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회사 운영자금과 은행 예치금 등 1천898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구속기소됐다.
이날 재판부는 박씨의 횡령을 도운 전 동아건설 자금과장 유모(37)씨와 하나은행 직원 김모(50)씨에게 각각 징역 7년과 징역 5년을, 부인 송모(47)씨와 같은 회사 직원 권모(33.여)씨에게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씩을 선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