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률 前국세청장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국세청 내부 게시판에 올린 혐의(정보통신망이용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상 명예훼손)로 기소된 나주세무서 전 직원 김동일씨에 대한 3차공판이 7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렸다.
광주지법 404호 법정에서 열린 이날 공판에서는 '김씨가 내부게시판에 올린 글 가운데 한 前청장이 개인의 출세를 위해 세무조사를 이용하고, 자리보전을 위해 골프를 쳤다'는 김씨의 주장이 명예훼손에 해당되는지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단간 공방이 이어졌다.
또 이날 공판에서는 국세청의 사회공헌활동을 '쇼'라고 표현한 김씨의 주장이 향후 전개될 재판에서 명예훼손혐의 적용 여부에 대한 검 ·변 간 다툼의 중요 판단기준으로 부각됐다.
검찰은 국세청의 사회공헌활동이 쇼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님에도 쇼라고 표현한 김씨의 글은 명백한 허위사실에 해당돼 유죄가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또 자리보전을 위해 골프를 쳤다는 김씨의 주장은 한 前청장이 실제로 자리보전을 위해 골프를 쳤다는 사실 여부를 입증하기 어려움이 있는데도 사실인 것처럼 표현했다며 이는 명예훼손에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변호인단은 자리보전을 위해 골프를 쳤다는 김씨의 주장은 당시 언론에 게재된 기사내용을 토대로 작성된 것이어서 ‘사실판단이 중요하다’며 검찰 측 주장을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한 前청장은 경주의 모 골프장에서 실명이 아닌 ‘한 아무개’란 가명으로 골프를 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됐다”면서 “한 前청장이 실제로 지인들과 골프를 쳤는지에 대한 중요 증거자료로 골프장 측에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며 재판부에 사실을 확인해 줄 것을 제기했다.
이에 앞서 재판부는 지난달 12일 열린 2차 공판에서 '태광실업세무조사, 경주골프사건 등은 사실판단이 중요하다'며 태광실업처럼 외형이 작은 업체가 실제 서울청 조사4국에서 조사를 받은 경우가 있었는지, 조사받은 업체들의 규모와 조사 착수 이유 등 몇 가지 증거자료를 제출해 줄 것을 국세청에 요구했다.
하지만, 국세청은 3차 공판에서 서울청 조사4국 조사 진행상황은 개인납세자에 대한 정보보호 이유를 들어 제출이 불가하다며 자료제출을 거부했으며, 단지 '사회봉사활동' 부분만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국세청 내부게시판에 올려진 김씨의 글이 한 前청장의 명예를 훼손했는지 여부를 놓고 검 ·변 간 공방은 오는 21일 재개된다.
나주세무서 직원이었던 김씨는 지난해 5월 한 前청장이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했고 이것이 도화선으로 작용, 전직 대통령의 서거로 이어졌음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국세청 내부게시판에 올려 이 글로 인해 '파면'과 함께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한편, 한 前청장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국세청 내부 인트라넷에 게시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6월 ‘파면’된 김씨가 행정안전부의 소청심사위원회에 제기한 소청심사에서도 ‘해임’ 결정이 나자 이에 불복해 지난 1월 제기한 행정소송이 조만간 열릴 것으로 알려져 재판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