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 지경까지"...소더비, 미술시장 찬바람에 직원들 월급 걱정

비용 증가와 수익성 악화 등으로 고전

2019년 인수 때보다 부채 두 배 늘어나

무디스, 채권 등급 가장 낮은 B3로 조정

불안정한 정치적 상황과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미술시장 위축이 계속되면서 세계 최대 미술품 경매회사 소더비가 유동성 압박 위기에 몰리고 있다.

25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소더비가 운송업체, 보존업체에 지급을 최대 6개월 미루고 있으며 올해 봄 임직원들에게 인센티브 지급 대신 IOU(차용 증서)로 제공해 현금경색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소식통은 이달 열린 고위 임원 회의에서 일부 경영진이 직원들에게 제때 급여를 지불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소더비는 쿠스타프 클림트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을 사상 최고가에 판매하는 등 최근 몇년 간 연간 7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음에도 비용 증가와 수익성 악화 등으로 고전해왔다. 그러다 미술품 수집가로도 유명한 프랑스 통신사 알티스(Altice)의 패트릭 드라히 대표가 지난 2019년 6월 소더비를 37억 달러(약 4조9147억 원)에 인수했다. 드라히 알티스 대표는 미디어 및 통신기업을 거침없이 인수합병하며 기업의 덩치를 키운 프랑스계 유대인이다.

현재 드라히 대표는 난관에 봉착한 상태다. 소더비의 부채는 드라히 대표가 인수하기 전보다 거의 두 배 가까운 18억 달러(약 2조3909억 원) 규모로 불어났으며 통신사 알티스가 짊어지고 있는 부채 역시 600억 달러(약 79조6980억 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월가의 시장분석업체인 뉴스트리트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2개월 동안 소더비의 영업현금흐름(OCF)은 1억 44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3%나 감소했다. 이를 반영하듯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지난 2월, 소더비의 채권 등급을 가장 낮은 등급인 B3로 낮췄고 스탠다드 앤 푸어스(S&P)도 지난 6월 채권 신용등급을 정크(투자부적격) 등급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알티스 프랑스 법인은 채권자들과 구조조정 협상을 진행 중이고 미국 법인 역시 가까운 시기에 구조조정 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드라히가 알티스를 지원하기 위해 소더비 지분 일부를 매각하길 원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실제로 드라히 대표는 지난 8월 아부다비 국부펀드의 투자를 받아내 소더비의 지분 일부를 매각했다. 다만 올해 말까지 ADQ의 투자금 전액이 소더비에 들어오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돼 자금 조달 불확실성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