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만료 앞둔 금융지주회장·시중은행장 연임 가능성은?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파란불’...이석준 농협금융 회장 ‘빨간불’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 임기 남았지만 거취 문제 '고민 중?'

이재근 국민·정상혁 신한·이승열 하나은행장 '맑음' vs
조병규 우리·이석용 농협은행장 ‘먹구름’

5대 금융지주 회장 중 올해 말과 내년 초 임기 만료를 앞둔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여부에 대한 세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전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거취 문제도 관심사다.

이와 함께 5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은행장들의 임기도 올해 말과 내년 초로 도래함에 따라 이들의 연임 연부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NH농협은 이달 들어 차기 행장 선임을 위한 절차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KB금융그룹은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국민은행을 비롯한 금융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검증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과 하나금융(그룹임원후보추위원회)도 차기 행장을 뽑기 위한 승계절차를 시작했다. 농협금융 역시 지난 9월 말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가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계열사 최고경영자 임기 만료 3개월 전부터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해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함영주 회장 연임 가능성 '관심'...이석준 회장 연임은 '글쎄'

금융권에 의하면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내년 3월,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말 임기가 종료된다.

함 회장의 경우 취임 후 하나금융그룹의 실적 향상에 기여한 공이 뚜렷해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연임 여부에 변수로 작용했던 사법리스크를 말끔히 지워낸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또한 하나금융의 디지털 금융혁신과 글로벌 사업 확장을 주도하며 그룹의 경쟁력을 강화한 점과 5대 금융지주 가운데 '내부통제'가 가장 잘 작동하고 있어 비교적 금융사고에서 자유롭다는 점에서도 큰 점수를 받고 있다는 평이다.

하나금융은 2022년 3조6394억원, 2023년 3조4684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등 함 회장 취임 이후 3조원 중반대의 호실적을 달성했다. 이에 더해 올해의 경우 3분기까지 3조2474억원의 순이익을 달성, 연말까지 '역대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은 취임 후 NH농협금융그룹의 실적 향상을 주도하며 올해 3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경영면에서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농협금융그룹은 2022년 2조603억원, 2023년 2조5419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는 등 이 회장 취임 후 매년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올 3분기 누적으로 2조6270억원 순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 실적을 내는 등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다.

다만 올해 '내부통제' 미흡으로 금융감독원의 정기감사를 받는 등 '금융사고'에 대한 불안 요소가 존재한다는 게 흠결이라는 평이다. 주력 계열사인 농협은행에서 최근 5년간 발생한 10억원 이상 금융사고 6건 중 4건, 사고금액으로는 360억원 중 293억원(80%)이 올해 발생했다.

더욱이 농협금융회장의 경우 농협중앙회의 입김이 강해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임이 어렵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까지 연임에 성공한 회장은 김용환, 김광수 전임 회장 두 명 뿐이다.

한편 금융권에서는 최근 대형 금융사고로 곤혹을 겪고 있는 우리금융그룹 임종룡 회장의 거취 문제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최근 손태승 전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건과 관련한 금융감독원의 정기검사 이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임 회장의 임기는 아직 1년 반 정도 남아 있는 상황이지만 금융당국이 대형 금융사고 등에 대한 우리금융 내부통제 미흡에 대한 책임소재를 압박하는 분위기다. 금융권에서는 일단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책임지는 분위기로 흘러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임 회장의 부담 역시 커질 밖에 없는 형국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검찰이 조병규 행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한 것이라면 사태 책임 여부에 대한 가닥을 잡은 것 아니겠나"라며 "우리금융으로서는 임종룡 회장에까지 칼날이 향하는 것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는 입장일 것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주 개최될 우리금융 이사회는 최고경영자 리스크를 최대한 회피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최선의 방안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 회장은 지난 10월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분야 국감장에 직접 출석해 '전임회장 부당 대출 건에 대한 본인 잘못이 있으면 자진사퇴 할 것인지'를 묻는 야당 의원 질의에 "제가 잘못해서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을 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자진사퇴 의사가 없음을 밝힌 셈이다.
 

5대 은행장, 성적표는 모두 '양호'…우리·농협, 금융사고가 발목

5대 시중은행장(이재근 KB국민·정상혁 신한·이승열 하나·조병규 우리·이석용 NH농협은행장)들의 임기도 올해 말 종료된다.

이중 지난해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한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3연임'에 도전 중이다. 이 행장은 실적 면에서는 나무랄 데 없다. 올해 1분기 홍콩H 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배상건에 곤욕을 겪기도 했지만 빠르게 수습했고, 금융사고에 대한 유연한 대처도 돋보인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연임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KB국민은행은 이 행장 재임기간인 2022년 2조7283억원, 2023년 3조1500억원, 그리고 2024년 3분기까지 2조5385억원 순이익을 달성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리딩뱅크' 탈환에 앞장서고 있는 만큼 그룹에서 힘을 실어 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다른 은행과는 다르게 '금융사고'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도 '연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평이다.

신한은행은 정 행장 재임기간인 2023년 3조680억원, 올해 3분기까지 3조1032억원 순이익을 달성했다. 올해 '역대 최고' 성적표를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승열 하나은행장도 '연임'에 청신호가 켜졌다. 이 은행장은 지난해 은행 중 가장 높은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올해에도 안정적 실적을 기록하고 있어 연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 행장 역시 금융사고 이슈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하나은행은 2023년 3조4874억원, 올해 3분기까지 2조7900억원 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안정적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현 행장 연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곳은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 두 곳으로 끊임없이 대형 금융사고 발생으로 내부통제 문제가 그 어느 은행보다 크게 부각되고 있다.

먼저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경우 연임이 거의 물 건너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조 행장은 지난해 7월 전임 행장 임기를 이어받았다. 여타 은행장과 달리 임기가 2년이 채 안 된다. 그런만큼 조 행장으로서는 연임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내부직원에 의한 횡령 등 대형 금융사고 발생은 물론 손태승 전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과 관련해 검찰이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 본점 압수수색에 나선 지 불과 하루 만에 조 행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한 상황이다.

조 행장으로서는 억울한 부분도 있다. 우리은행은 조 행장 재임기간 중 그 어느 때보다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우리은행은 2023년 2조2771억원, 올해 3분기까지 2조5306억원 순이익을 기록했다. 올 3분기까지만으로도 지난해 실적에 가까운 실적으로 연말까지 추정해 보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우리금융과 우리은행 내부통제 문제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앞서 "금융권의 내부통제 문제에 대해선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고 강하게 언급한 바 있다.

자회사대표이사추천위원회(자추위)를 통해 행장 인선 과정을 공개적으로 진행해온 우리은행은 당분간 진행사항을 비공개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자추위가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면서 "결과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석용 농협은행장 연임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게 세간의 시각이다. 이 은행장도 실적 측면에서는 긍정적 평가가 많지만 '금융사고'와 관련해 큰 타격을 입었다는 점이 약점으로 작용한다는 평가다.

이 행장 재임기간 중 NH농협은행은 금융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만 횡령·배임 등 금융사고가 6차례나 발생했을 정도로 내부통제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행장 역시 실적으로만 보면 할 말이 많다. 2023년 1조7805억원의 순이익을 낸 데 이어 올해 3분기까지 1조6561억원억원 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연말까지 지난해 실적을 훌쩍 뛰어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농협은행에서 연임에 성공한 은행장이 제4대 이대훈 은행장이 유일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그만큼 농협중앙회의 입김이 막강하다.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 지분 100%를 갖고 있어 다른 금융지주와 지배구조가 다른 상황이다.

특히 농협중앙회 소관 부처는 농림축산식품부이고 농협금융은 금융당국(금융감독원)으로 소위 이원화되어 있고, 농협 내부 조직 논리도 또 하나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금융당국의 지도보다는 농협중앙회의 입김이 더 강하다는 설명인 셈이다.

시중은행은 통상 '2+1'년으로 행장 임기를 보장한다. 하지만 최근 이런 관행은 '그냥 관행'으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지배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장들이 재임기간 의미있는 성과를 낸 것은 연임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다는 게 정설"이라며 "올해는 특히 '내부통제' 이슈가 연임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