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330표, 반대 275표로 채택
6개월 이하 남은 시한부 환자 대상
투표 앞두고 하원서 5시간 토론 벌어져
◆…영국 런던의 한 지하철 광고판에 게시된 조력 사망 광고. 사진=로이터통신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조력 사망 법안은 영국 하원에서 찬성 330표, 반대 275표로 채택됐다. 하원을 통과한 법안은 앞으로 하원 위원회 등의 절차를 거쳐 상원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수정되거나 부결될 수도 있다.
해당 법안은 여생이 6개월 미만으로 판정된 성인 말기 환자에게 의학적 도움을 받아 스스로 생을 마감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독립적인 두 명의 의사와 고등법원 판사의 승인을 거쳐야 하며 의사가 준비한 약물을 환자가 직접 투여하도록 했다. 생을 끝내도록 압력을 가할 경우 최대 14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조력 사망 법안 투표를 앞두고 하원에서는 격렬한 토론이 5시간에 걸쳐 벌어졌다. 찬성파 의원들은 말기 환자의 죽음을 단축하고 죽는 방법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반대파 의원들은 안전장치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며 환자가 가족과 사회에 짐이 될까봐 죽음에 대한 압박감을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집권 노동당과 제1야당 보수당 등은 당론을 정하지 않고 자유롭게 투표하도록 했다. 키어 스타머 총리와 레이철 리브스 영국 재무장관은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표에는 안젤라 레이너 부총리, 웨스 스트리팅 보건부 장관, 에드 데이비 자유당 당수, 나이젤 패라지 개혁당 대표 등이 포함됐다.
법안을 발의한 킴 리드비터 노동당 의원은 BBC에 "매우 힘든 과정이 될 것이다. 아마 6개월은 더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법안의 반대파인 대니 크루거 보수당 의원은 스카이 뉴스에 "법안이 안전장치를 완벽하게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가능하다면 개선할 기회가 더 있을 것이고 불가능하다면 부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영국 의회 앞에서는 조력사망에 대한 찬반 시위가 벌어졌다. 사진=로이터통신
현재 조력사망이 합법화된 국가는 스위스,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캐나다, 호주, 스페인, 독일 등이 있다. BBC 방송은 이를 허용하는 국가의 인구를 모두 합하면 3억명이라고 추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