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022년 감사보고서·결산서류 재무제표 불일치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미술관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노 관장에 대한 재산분할 1조3808억원 지급을 판결하며 세기의 이혼이 대법원으로 넘어간 가운데 앞서 SK 주식을 요구하며 경영참여 의혹을 불렀던 노 관장의 방만한 미술관 경영행태가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2심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SK로 흘러들어가 기업성장의 마중물이 됐다는 노 관장의 주장이 판결에 영향을 미치면서 동생 노재헌 원장이 이끄는 동아시아문화센터로 향한 비자금까지 수면 위로 떠올라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트센터나비미술관의 경우 세법에 따라 공익사업 지원을 위해 다양한 조세혜택이 제공되는 공익법인으로 국세청을 통해 재무제표가 포함된 자료를 공시할 의무가 있다. 다만 국세청의 사후관리를 받을 의무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감사보고서와 결산서류의 재무제표 내용이 불일치하는 등 최근 수년간 공시자료의 신뢰성을 손상시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같은 해 감사보고서 내용 따로 결산서류 내용 따로?
◆…2020년 감사보고서(왼쪽), 결산서류의 운영성과표. 자료=국세청 홈택스
국세청 공익법인 결산서류 공시에 따르면 아트센터나비미술관은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결산서류와 감사보고서상 재무제표가 불일치하는 사례가 잦았다.
지난 2020년 감사보고서의 당기(제22기, 2020년) 운영성과표에는 사업외수익이 공익목적사업 4억4420만원, 기타사업 482만원, 통합 4억4902만원으로 계상됐으며 사업외비용의 경우 공익 3억4947만원, 기타 3037만원, 통합 3억7984만원으로 표기됐다. 이에 따른 당기운영손실은 공익 2억8860만원, 기타 3억9142만원, 통합 6억8002만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공익법인 결산서류 등의 공시_표준서식 문서에는 2020년 당기 사업외수익이 공익 458만원, 기타 2억8749만원, 통합 2억9207만원으로 기재됐고 사업외비용도 공익 250만원, 기타 2억2038만원, 통합 2억2288만원으로 적혀있다. 당기운영손실은 공익 3억8125만원, 기타 2억9877만원, 통합 6억8002만원으로 통합 손실을 제외하곤 결산서류와 감사보고서의 계정과목이 대부분 불일치했다.
2020년의 결산서류와 감사보고서는 최초공시가 2021년 4월 28일 이뤄졌으며 2021년 9월 1일 공시오류 수정을 사유로 재공시한 서류다. 2020년 재무제표 관련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20년 감사보고서(위), 2021년 감사보고서. 자료=국세청 홈택스
2021년(제23기) 감사보고서상 운영성과표에는 전기(제22기) 기존 4억4420만원이었던 공익 사업외수익이 2억8724만원으로, 3억4950만원이었던 사업외비용이 1억9252만원으로 변경됐다. 이는 사업외수익에선 이자수익이 3억3101만원에서 1억7406만원으로, 사업외비용에선 금융상품평가손실이 3억4700만원에서 1억9002만원으로 줄었기 때문으로 두 계정과목의 변경된 차액이 1억5695만원으로 정확히 일치해 상계처리한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결산서류의 운영성과표에는 전기(제22기)에 대해 전년도와 동일하게 감사보고서와 불일치했던 내용이 그대로 표기된 상태다. 아트센터나비는 2021년도 서류와 관련해 최초 2022년 4월 25일 공시 이후 그 해 11월 9일 '기부금품 모집 및 지출명세서 수정'의 사유로, 지난해 9월 27일에도 '운용소득 사용명세서 누락으로 재공시' 사유로 두 차례 재공시한 바 있다.
■ 결산서류엔 공익사업 영업외수지 계정과목 모두 '0'원
◆…2021년 결산서류(위), 2022년 결산서류의 운영성과표. 자료=국세청 홈택스
지속된 재공시에도 장부가 틀린 채로 그대로 유지돼 논란을 빚을 가능성이 큰 가운데 2021년 역시 감사보고서와 결산서류의 재무제표가 일치하지 않는다.
통합 당기운영손실은 9억8777만원으로 같지만 감사보고서의 공익 당기운영손실은 9억2565만원으로 결산서류의 12억8270만원과 차이를 보였으며 기타의 경우 감사보고서상 6212만원의 적자가 2억9493만원의 흑자로 둔갑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는 결산서류 운영보고서에서 모든 영업외수지 계정과목을 기타사업으로만 표기한 채 공익사업은 전부 0원으로 기재해 발생한 일이다. 결산서류와 달리 감사보고서에는 이자수익, 배당금수익, 외환차익, 금융상품평가손실, 외환차손 등 대부분의 계정과목별 금액이 공익사업에 기재돼 있다.
영업외수지 계정과목을 전부 기타사업에만 표기한 사례는 2022년에도 이어졌다. 이에 2022년(제24기) 감사보고서상 당기운영손실은 공익 21억9049만원, 기타 1억1117만원으로 기재됐지만 결산서류에선 공익 17억3335만원, 기타 5683만원 손실로 불일치한다.
이 같은 오류에도 2022년도 공시자료는 재공시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2023년에서야 감사보고서와 결산서류의 재무제표가 일치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2023년 결산서류에 표기된 전기(제24기) 운영성과표는 영업외수지 계정과목이 모두 기타사업에만 계상됐던 전년도와 달리 감사보고서 내역과 동일하게 공익사업과 기타사업에 과목별로 나뉘어 기재됐다.
■ 오랜기간 부실공시, 당국 비호없인 불가능…국세청의 철저한 조사 필요
매년 수억원의 정부보조금까지 받는 공익법인의 공시번복이 수차례 반복됐음에도 오류가 발생한 자료 내역이 고쳐지지 않아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 점은 국세청의 철저한 재검증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공시번복에 그치지 않고 회계법인의 외부감사를 거친 감사보고서와 공시된 결산서류의 재무제표가 불일치함에도 아무런 조치가 없어 관련 당국의 비호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 관장이 법원에 제출한 메모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른 상황에서 이 같은 아트센터나비의 문제점도 도마에 오르고 있는 형국이다.
작년 11월 서울중앙지검, 서울지방국세청 등에서 시위를 벌인 군사정권범죄수익국고환수추진위원회(환수위)는 노 관장의 진술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의 메모가 노 전 대통령 일가가 범죄수익을 은닉해왔다는 결정적 증거라는 주장과 함께 "노 관장은 노 전 대통령 범죄수익의 은닉·증식을 도모한 가족 공범이기 때문에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며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한편 "국세청 관계자도 '노태우 비자금 논란이 사회적으로 커지고 있는 만큼 세무조사 담당부서에서 제보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으며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조사를 하는 게 맞기 때문에 그렇게 할 것'이라 밝혔다"고 말했다.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2007~2008년 검찰과 국세청이 김 여사가 차명으로 은닉하던 보험금과 장외주식 등에 대한 진술서, 확인서를 받고도 수사에 착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유산은 아버지가 쓰던 담요 한 장' 등 노태우 일가는 생활고에 시달린 보통사람 흉내를 내며 추징금 납부는 외면한 채 뒤로는 탐욕적으로 은닉자금을 세탁·은닉하고 주식 투자 등을 통해 계속해서 비자금 증식에만 몰두해온 증거가 드러났는데 이 같은 변명을 받아들여 수사에 착수하지 않은 채 눈 감은 것은 검찰의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