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규제 명확화 및 전통 금융 참여로 디파이 성장 가속화

코빗 리서치센터, '2025년 가상자산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밝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SEC 리더십 변화...우호적 환경 조성 기대

탈(脫)중앙화 금융(디파이)와 AI 섹터 성장에 주목

"AI 에이전트, 향후 다양한 방식으로 가상자산 생태계에 기여할 가능성 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주요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프로토콜에 대해 강경한 규제 조치를 취하면서 디파이 생태계는 불확실성과 성장 정체에 직면했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특히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 사임('25년1월20일 예정)으로 디파이와 관련한 명확하고 우호적인 법적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코빗 리서치센터 이선영 연구원은 지난 18일 '2025년 가상자산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관련 토큰이 충분히 탈(脫)중앙화되고 기능적으로 적합할 경우 SEC의 규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는 친(親)암호화폐 법안인 'FIT 21 법안'이 이러한 기대를 구체화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 연구원은 "(FIT 21)법안이 통과되면 디파이 프로젝트들이 토큰 보유자에게 프로토콜 수익을 분배하는 등 다양한 수익 공유 모델을 도입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 규제 명확성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이러한 수익공유 모델이 하위(Howey) 테스트에 따라 증권으로 분류될 위험을 여전히 내포하고 있으나, 'FIT21 법안'은 이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하위 테스트(Howey Test)는 특정거래가 증권으로 간주될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것으로 ▲투자의 대가(Investment of Money) ▲공동기업(Common Enterprise) ▲이익의 기대(Expectation of Profits) ▲타인의 노력에 의한 이익(Profit from the Efforts of Others) 등 4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현재 SEC가 코인베이스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 인 사례 등이 해당된다.

이 연구원은 "기존 디파이 토큰은 주로 거버넌스 기능에 의존했으며, 이로 인해 토큰 가치와 프로토콜의 성과 간 괴리가 자주 발생했다"면서 "그러나 수익 분배 모델의 도입은 토큰 보유자와 프로토콜 성과 간 명확한 연계성을 부여하며 현금 흐름을 증가시켜 궁극적으로 가치와 수요를 함께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디파이 프로토콜 매출도 수익 공유 모델의 도입 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메인넷, L2, 디파이 등 여러 블록체인 서비스 중에서도 디파이는 이미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최근 수익 공유를 결정한 에테나(Ethena)는 지난 1년간 1억84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토크노믹스 수정 계획을 발표한 AAVE는 같은 기간 72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

반면 "프로토콜의 수익성이 낮을 경우 토큰 홀더들에게 배분할 수 있는 수익이 줄어들 뿐 아니라, 프로젝트 개발과 확장을 위한 자금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게 되어 프로토콜의 지속 가능성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미 안정적인 수익을 기록 중인 디파이 프로토콜들이 수익 분배 모델을 선도적으로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는 추가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해 디파이 토큰의 투자 매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SEC가 바이낸스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해당 토큰에 대한 혐의의 적법성을 판단하기 위한 법원의 판결이 필요하지 않도록 한다'고 밝힌 점에 대해 그는 "이는 SEC가 해당 토큰들을 증권으로 판단해달라는 요청을 철회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서비스 최근 1년간 매출 추이
이 연구원은 전통 금융권 퍼블릭 체인 사용으로 인한 디파이와의 상호 협력 가능성도 한층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는 단순히 블록체인을 실험적으로 사용하는 단계를 넘어, 퍼블릭 블록체인을 통해 토큰화된 자산을 발행하고 이를 기반으로 디파이 서비스와 협력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기존 금융기관들은 규제 준수, 데이터 프라이버시, 보안 요건 등을 이유로 허가형 블록체인을 선호해왔으나, 최근 블랙록(BlackRock)이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BUIDL 토큰을 발행하면서 이러한 경향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향후 전통금융권이 토큰화된 자산 출시를 위해 퍼블릭 블록체인을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 사례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그는 퍼블릭 블록체인을 통한 자산 토큰화는 여전히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언급했다. 주요 국가들, 특히 미국에서는 자산 토큰화와 관련된 규제가 명확하지 않아 발행자들이 다양한 면책 조항을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또한, 토큰에 따라 화이트리스트 제한으로 자격을 갖춘 투자자만 자산에 접근할 수 있는 경우가 있으며, 온체인 전송이 가능하더라도 높은 법적 비용과 규제 준수 요건이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디파이에 대한 법적 정의와 규제 체계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2025년까지 완전한 규제 프레임워크가 마련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면서도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복귀할 경우 가상자산에 대한 보다 포용적인 정책이 도입될 가능성이 있어 규제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될 여지는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이러한 규제 환경의 변화는 금융기관들이 허가형 블록체인에 국한된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토큰을 출시하고 디파이와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이는 규제 요건을 충족시키면서 디파이의 메커니즘과 금융 혁신성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협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AI 섹터는 AI 에이전트를 중심으로 발전할 것

이 연구원은 "밈코인 홍보와 같은 단순한 역할로 시작된 AI 에이전트의 활용 범위는 점차 자산의 토큰화를 비롯한 다양한 활용 사례로 확장되고 있다"면서 "2025년에는 AI 에이전트가 가상자산 거래, 게임과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 등 여러 분야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AI 에이전트는 데이터 기반으로 새로운 트렌드 파악, 실시간 대응 및 특정 프로젝트나 토큰에 대한 관심 유도 등 맞춤형 내러티브를 생성할 수 있어 밈코인 제작뿐 아니라 전략 수립, 홍보, 공동 개발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가상자산 생태계에 기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AI 에이전트의 활용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학습과 자율적 실행 능력을 기반으로 웹3 생태계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대표적으로 AI 투자 DAO 모델인 AI16Z, 메타버스와 게임을 위한 AI 팩토리 Virtual Protocol, 자동화된 거래 관리를 제공하는 DawnAI, AI 인플루언서 루나(Luna)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존 금융 시스템에서는 AI 에이전트가 계좌를 만들 수 없어 자산을 관리하거나 결제를 처리하는 데 제약이 있었지만, 블록체인은 디지털 지갑을 통해 AI 에이전트가 독립적으로 디지털 자산을 소유하고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다."고 부연했다.

AI 에이전트의 잠재력은 올해 10월 출시된 GOAT라는 밈코인 사례에서 명확히 드러났다고 했다. GOAT 코인은 출시 이후 단기간에 가격이 7,000% 급등하면서 AI 에이전트가 주도한 가상자산 생태계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Truth Terminal이라는 AI 에이전트는 매일 자동으로 수십 개의 트윗을 생성하며 GOAT 코인에 대한 관심을 유도했다"며 "이 AI 에이전트는 댓글에 반응하거나 사용자의 감정을 이해하는 등 고도화된 자연어 처리 기술을 활용해 커뮤니티의 결속력을 강화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활동은 AI 에이전트가 단순히 기술적 도구를 넘어, 가상자산 생태계의 성장과 활성화를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