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3분의 1 지점에 먼저 착지, 활주로 끝 초과 이탈"
CVR·FDR 블랙박스 2종, 김포공항 시험분석센터 이송 예정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수색작업을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의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17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동체착륙을 시도했던 제주공항 7C2216편 항공기가 전체 활주로 길이의 3분의 1 지점에 착륙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는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무안 제주항공 참사 관련 언론 브리핑에서 "착륙 지점은 대략 활주로 19 방향으로 봤을 때 3분의 1 지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3분의 1 지점에 먼저 착지하고 활주로 끝을 초과해서 이탈했다"고 설명했다.
감속에 쓰이는 랜딩기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가운데 속도를 줄일 안전거리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사고기는 29일 오전 8시 57분께 무안공항 관제탑으로부터 '조류 활동(충돌) 경고'를 받고 2분 뒤인 8시 59분께 메이데이(조난신호)를 보낸 뒤 착지하지 않고 고도를 높이는 복행(復行)을 했다.
사고기는 활주로를 한 바퀴 돌아 원래 내리려던 활주로 방향(01활주로)으로 들어가는 대신 곧바로 180도 기수를 돌려 반대쪽에서 진입하는 19활주로로 착륙했다.
사고기는 랜딩기어(비행기 바퀴)를 펼치지 못하고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가 활주로 끝 외벽과 충돌과 동시에 폭발하면서 큰 화염에 휩싸였다.
국토부는 사고 현장에서 비행기록장치(FDR)와 조종석 음성기록장치(CVR) 등 2종의 블랙박스를 수거했다. 수거된 블랙박스는 이날 오전 중 김포공항 시험분석센터로 이송해 분석 가능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CVR의 경우 진흙 등 오염물질이 묻어 이를 제거 후 분석할 수 있지만, FDR은 연결부가 일부 훼손된 상태로 수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오전 중에 김포공항에 이송해 전문가들이 어떤 부분이 훼손됐고, 어느 정도 데이터 추출이 가능할지 선별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CVR은 기장과 부기장의 대화를 비롯해 관제탑과의 교신 내용, 항공기 작동음 등을, FDR은 사고 항공기의 비행 경로와 각 장치 작동 상태를 각각 기록한다. 사고 원인 규명의 핵심 부품인 셈이다.
이에 따라 FDR은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로 보내 조사를 맡겨야 해 원인 규명에 시간 소요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당국은 대규모 인명피해가 난 항공기 참사인 점을 고려해 최대한 기한을 단축하도록 미국에 협조를 구할 계획이다.
이번 항공기 사고와 관련해 미 NTSB와 사고기 제조사인 보잉사도 조사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토부는 이날 무안공항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30일 오전 8시 35분 기준 141명의 신원 확인이 완료됐다"고 발표했다.
국토부 등 사고수습당국에 따르면 179명 사망자의 유해는 임시 안치소에 안치됐으며, 유해 인도는 신원확인과 수사기관의 검시, 검안 등 수습 절차를 마무리하는 대로 이뤄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