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조세소송의 바이블…법관·변호사·세무사들의 꾸준한 사랑
"조세소송은 조세구제제도를 망라한 광범위한 소송체계"
조세소송분야의 바이블로 지난 10년간 사랑을 받아 온 소순무 변호사의 저서 '조세소송'이 개정 5판을 맞았다.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에 조세소송은 과세당국의 과세에 대한 부과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으로만 여기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조세소송은 민사소송과 헌법소송 등을 포함한 아주 광범위하고 중요한 분야다.
소 변호사는 이 책에서 조세행정소송, 조세민사소송, 조세헌법소송을 모두 아우르는 광범위한 시각으로 조세소송문제를 정리했다.
법관시절 휴일까지 반납해가며 무모하게 뛰어든 편찬작업이었지만 그런 열정을 쏟은 끝에 탄생한 '조세소송'은 이제 개정 5판을 거치면서 더욱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
특히 일반인들도 접근하기 쉽도록 체제를 바꾸고 용어정리도 거쳤다.
주요 독자층이었던 법관, 변호사, 세무사들의 입소문을 타고 이제 조세소송분야에 관심을 갖는 일반독자들에게까지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개정 5판에는 2년 전 개정 이후 대법원이 종전의 판례를 뒤집어 처분취소소송과 처분취소 시의 환급청구소송을 병합할 수 있도록 한 것 등 새로운 판례와 그동안 개정된 법령들이 추가로 반영됐다.
웬만한 경력의 변호사들도 어려워하는 조세소송분야에서 전문서적을 찾기 힘들었던 2000년 1월 세상에 처음 얼굴을 드러낸 책 '조세소송'을 탄생시킨 소순무 변호사를 만나봤다.
▲지난 2000년 1월 '조세소송' 초판발간 이후 10년 만에 개정5판이 발간됐다. 처음에 이 책을 쓰게 된 동기가 무엇인가.
☞사실 조세분야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1992년 고등법원 특별부 배석판사 때부터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대법원 조세공동연구관실에 가게 되면서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1993년부터 1997년까지 약 4년간 대법원 조세공동연구관실에서 조세팀장을 거치면서 조세사건 보고를 전담했었다.
당시 조세팀장으로 근무하면서 좀더 체계적으로 공부해야겠다고 생각을 해서, 뒤늦게 경희대 대학원 박사과정에 입학했고, 대법원에서 했던 연구결과와 연구주제를 갖고 박사학위 논문을 썼는데, 그게 '조세환급청구소송의 구조'에 관한 것이었다.
사실 조세환급소송부분은 행정소송과 민사소송이 겹치는 부분인데, 상당히 소송의 쟁점이 많았다.
그런 논문을 내고 나서 보니까 뭔가 세무에 관심을 가진 일반 학자나 실무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서 이 박사학위 논문을 기본으로 소송측면에서 실무서를 한번 내보게 된 것이다.
▲책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더라도 실제 완성해서 출간하는 일은 쉽지 않았을 텐데.
☞사실은 법관생활을 하면서 책을 쓴다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다행히 부천지원 부장판사로 가면서 사건부담이 조금 적어졌고, 휴일과 주말을 다 반납하고 열심히 노력한 끝에 2000년 1월에 초판이 나왔다. 박사학위를 1999년 8월에 받았으니 6개월만이었다.
그렇게 짧은 시간 내에 책을 집필할 수 있었던 것은 4년간의 대법원 재판연구관시절의 연구 결과가 쌓여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요즘 생각하면 그때 내가 어떻게 이런 책을 썼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법관을 하면서 책을 쓴다는 게 사실 무리였다. 10년 전의 일이지만 정말 내가 열정이 없었다면 책을 펴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 개정 5판에는 어떤 부분이 보완됐고 특징은 무엇인가?
☞2년주기로 개정판을 내고 있는데, 사실 욕심같아서는 매년 개정판을 내야하지만 소송적인 측면에서의 세법개정은 실정법적인 세법보다 바뀌는 빈도가 좀 적기 때문에 2년주기로도 좀 커버가 된다.
개정판이라는 게 크게 본질적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고, 지난번 개정판 이후에 중요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고, 또 관련법령이 2년여 동안 바뀐 것들이 있어 이번에 일일이 찾아서 보완했다.
특히 이번에는 서울대 대학원에서 구판을 교재로 쓰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들을 검증하고, 좋은 지적들을 해주셔서 그런 부분들이 반영됐다. 서울대 윤지현 교수께서 많은 도움을 주셨다.
▲책의 내용이 '조세행정소송', '조세민사소송', '조세헌법소송'으로 크게 분류돼 있다.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가?
☞사실 책 이름은 '조세소송'이라고 간단하다. 처음에 '조세소송 이론과 실무' 이런 것을 붙일까 하다가. 단순하게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해서 그렇게 했다.
일반인들은 조세소송하면 보통 부과처분취소를 하는 행정소송으로 이해를 하는데 그러나 사실 실무가의 입장에서는 조세로 인한 구제방법으로의 소송은 행정소송만 있는 것은 아니다.
조세민사소송도 굉장히 큰 영역이 되고, 특히 조세헌법소송은 조세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크다. 헌법재판소가 1988년 발족돼서 20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헌법과 조세는 밀접한 관련을 맺었다.
그런 것들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시각에서 조세문제 구제를 위한 소송을 포괄해서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에서 세부분류를 그렇게 나눠봤다.
▲지난 2월에 지방세 분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는데 지방세목이 통합됐고, 경정청구제도가 개선됐다. 내년 이후에는 지방세와 관련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지방세법이 세 개로 분법되면서 나름대로 지방세만 놓고 보면 지방세 체계를 더 갖추고, 지방세 구제방법도 국세와 마찬가지로 경정청구가 개선되면서 구제수단이 제대로 넓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 법리 자체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또한 일반국민의 입장에서 세금 내는 것은 똑같기 때문에, 서로 다른 절차와 규정이 과연 국민과 납세자를 위해 더 합리적인가 하는 데에는 의문이 있다.
차라리 조세기본법이라고 해서 국세, 관세, 지방세를 아우르는 구제수단과 조세일반법리가 적용되고, 지방세법에 특별한 것이 있으면 지방세법에 남겨두면 국민들이 훨씬 더 이해하기 쉽고, 접근하기 쉬운 소송방법이 되지 않는가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분법보다는 오히려 조세기본법으로 통합해서 갔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조세심판원도 지금 통합돼 있고, 서로 세목별로 다른 구제수단과 규정을 둔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지방세 분법에 대해서는 이런 부분을 좀 더 다룰 수 있다면 지적하고 싶다.
▲최근 대법원 판례에서 납세자들이 기억해야할 만한 것이나 유의해야할 것이 있는가?
☞지금까지 조세구제와 관련된 개정사항을 보면 전부 납세자의 권리를 확대하는 쪽으로 돼 왔다.
국세기본법에 납세자의 권리확대, 경정청구기간이 당초 1년에서 3년으로 늘어나고, 조직법적으로 국세청에 납세자보호관이 설치되는 이런 것이 모두 납세자권리 확대에 발맞춘 것이다.
법원에서도 과거에는 구제의 폭이나 수단을 많이 좁혀왔는데 지금은 조금 전향적으로 구제의 길이나 방법은 좀 넓혀주는 쪽으로 가는 것으로 보인다.
그 외 의미 있는 판례로도 부과처분취소소송을 하면서 취소됐을 때 세액의 환급을 구하는 소송을 병합할 수 있다는 판례가 나왔다.
원래 부과처분취소를 구하는 소송은 순수한 행정소송이다. 거기다가 취소를 전제로 돈을 내달라는 환급을 구하는 소송은 사실 민사소송의 성격을 갖는데, 이를 같이 병합해서 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게 받아들여지는 경우에는 1심에서라도 부과처분을 취소하면서 납부세액을 환급해주라는 주문으로 판결이 나갈 수 있다. 그러면 1심에서 취소판결이 확정이 안되더라도 미리 환급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상당히 중요한 전향적인 판결이다.
▲어떤 독자에게 유용할 것을 예상하고 이 책을 썼나?
☞원래는 법관으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론과 실무를 접목한다는 의미에서 책을 썼다. 여기에 보면 외국문헌도 많이 인용돼 있고, 사실 수준자체는 상당한 수준의 조세전문가를 대상으로 썼던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판결 주문례도 내 놓고, 아무래도 법관적인 시각도 좀 강했었는데 이번 개정판에는 이런 부분을 다 뺐다. 앞으로는 일반인들도 더 접근하기 쉽게 체제도 좀 바꾸고 용어도 좀 정리할 생각을 갖고 있다.
독자층은 주로 세무사와 변호사들이다. 공인회계사쪽은 조세불복쪽으로는 잘 안하기 때문에 수요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고, 법관, 변호사, 세무사쪽의 수요가 크다.
사실 조세소송은 굉장히 어렵다. 변호사들도 막상 청구취지 하나도 제대로 쓰기가 쉽지 않은 부분이다. 조세소송과 관련한 깊이 있는 내용을 배우는 상황이라면 대학이나 대학원의 교재로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세소송 외에 다른 책을 펴낼 계획은 없는가?
☞앞으로 개인적으로 다른 책을 쓸 여력은 없다. 법무법인의 이름으로 조세판례연구 책자가 두 권 나왔는데 앞으로 2년 주기로 발간할 계획이다.
그밖에는 후배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로스쿨이 출범하면서 세법 수요가 많아 졌고, 세법교수들도 늘었다. 후배 교수들이 알기 쉽게 정리한 세법책을 많이 펴내고 있다. 좋은 현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