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감세정책 '선회'하나…비과세·감면↓ 조세부담률↑

일몰예정 비과세·감면제도-"과감히 축소"
부가세 과세대상 확대-성형수술 등 과세시행
면세유 부정유통 방지책-"국고(國庫) 누수차단, 세수보전"

올해 조세정책의 핵심목표가 '재정건전성 확보'로 설정된 만큼 8월 중하순경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세제개편안에는 비과세·감면제도를 대폭 축소하는 등 세수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안이 강구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08년 이후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확장적 재정정책을 구사, 지난해 43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의 재정적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조세부담률은 19.7%로 지난 2006년 이후 가장 낮았다.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이 조세부담률(국세+지방세/국내총생산, GDP)을 끌어내린 것이다. 당초 정부는 20.5% 수준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예상치 대비 0.8%p가 감소했다.

정부는 조세부담률을 지난해 20.5%, 올해와 내년 20.1%, 2012년 20.4%, 2013년 20.8%로 제시했으나 초반부터 상당한 '계산착오'가 발생해 버린 셈.

이에 따라 2013년 재정균형 달성을 위해 재정적자를 줄이고, 세수를 강화해 조세부담률을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 저출산·고령화시대로 접어들면서 재정지출이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조세부담률을 지금보다 2∼3%p 높게 가져가야 한다는 주장도 제시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적 측면을 감안해 조세부담률을 전반적으로 상향조정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쉽게 이야기하면 그 동안 유지해 왔던 '감세' 노선에서 선회, '증세' 정책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오는 8월 중하순 발표 예정인 세제개편안은 세수확보를 위한 비과세·감면제도 축소 등 세수강화를 위한 대책들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세율을 상향조정하는 등의 급격한 증세방안은 배제될 것으로 보인다.


□ "세수확보 비책(秘策)-비과세·감면 축소"= 세수확보를 위해 비과세·감면제도를 축소하는 방안이 최우선적으로 검토될 전망이다. 올해 일몰이 예정된 비과세·감면제도는 대략 50여개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완화 제도,  3년 자경 경영이양 보조금 농지를 농어촌공사등에 양도할 경우 양도세 면제, 금지금 부가가치세 면제, 지방회원제 골프장 세제지원, 임시투자세액공제 등 굵직하고 예민한 조세감면 제도들이 대거 '낭떠러지' 앞에 포진해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비과세·감면제도를 축소하겠다는 것이 재정부의 방침. 세제지원 실적이 적거나 실효성이 낮은 제도 또는 제도의 목적이 달성된 경우 등이 폐지 '1순위'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폐지방침이 결정됐으나 1년 연장 결정을 받은 제도들도 당연히 폐지대상이다.

임투공제는 대기업 보조금으로 전락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폐지 방침이 내려졌으나, 경제위기에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1년 연장' 결정을 받았기 때문에 올해도 폐지 대상으로 '낙점'될 가능성이 높다.

또 경형자동차 연료에 대한 개별소비세 환급, 성실사업자에 대한 의료비·교육비 공제 등도 지난해 폐지 위기를 간신히 넘긴 제도들도 올해 다시 폐지 후보로 거론될 전망이다.

실효성 여부를 떠나 비과세·감면제도를 폐지할 경우 엄청난 반발이나 부작용이 우려되는 제도들도 상당수 있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3년 자경 경영이양 보조금 농지를 농어촌공사 등에 양도할 경우 양도세 면제나 금시장 탈세를 방지하기 위한 금지금 부가세 면제는 폐지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기만 하다. 임투공제도 골치아픈 '논란거리'이기는 마찬가지다.
 

지방회원제 골프장에 대한 세금감면은 수도권 골프장과의 형평성이 우려되지만,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해 쉽게 폐지하기 어려워 전면 폐지보다는 세금감면 기준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한 발짝 물러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정부가 제 아무리 비과세·감면제도를 과감하게 축소하는 방침을 추진하더라도 국회 및 이해관계자 등 '힘의 논리'에 밀려 변동될 가능성이 높아 어떤 제도가 폐지될 지는 향후 논의과정에서 좀 더 지켜볼 일이다.

□ "부가세 과세대상을 늘려라-'성형수술' 과세 재추진"= 미용목적의 성형수술 비용 등에 부가가치세를 과세하는 방안이 올해 재차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부가세 면세는 의료, 교육 등 기본권에 해당하는 품목에만 적용돼야 하는데, 미용목적의 성형수술 등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입장이다.

이 같은 논리로 지난해 세제개편에서 미용목적 성형수술 비용, 수의사의 애완동물 진료용역, 자동차 운전학원 등에 부가세를 과세하는 방안이 발표됐으나, 국회 논의과정에서 반대에 부딪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 문제는 올해 2월 임시국회에서 정부와 국회가 성형수술 비용 등에 부가세를 과세하는 방안을 올해 하반기에 재추진하기로 합의하면서 불씨를 살려놓았다. 다만, 시행시기는 내년 7월로 당초 올해 7월에서 1년 미뤄지게 됐다.

현재로서는 상황이 비교적 낙관적이지만, 성형수술 의사협회 등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부의 방침이 있는 그대로 관철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정부는 단계적으로 부가세 과세대상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기 때문에 이번 성형수술 부가세 과세가 그 첫 '단추'를 꿰는 중요한 작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외부불경제 품목에 대한 소비를 줄이고, 세수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술·담배에 대해 과세를 강화하는 방안은 올해 내에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책의 방향성은 맞지만, 여론 등을 고려해 당장 실현이 어려울 전망이다.

□ 국고(國庫) 벽면 강화-세금누수 방지책 마련될 듯= 정부는 세수확보를 위한 다양한 세원확충 방안 이외에도 기존 세원을 통해 국고에 들어온 세수가 누수 되는 것을 방지하는 대책도 마련해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는 농·어민 등의 유류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행중인 '면세유'의 부정유통으로 인한 국고누수 현상이 심각하다는 판단 아래 농림수산식품부, 국세청, 해양청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T/F를 구성하는 등 종합적인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면세유는 개별소비세(교통세),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의 유류세가 과세되지 않기 때문에 일반 유류가격에 비해 절반 정도 싼 가격에 공급돼 시세차익을 노리고 빼돌려지는 사례가 빈번한 실정이다.

면세유에 연간 1조5000억원 가량의 세수가 지원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면세유 부정유통만 막아도 상당한 세수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