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예산 요구액 300조 넘은 것은 사상 처음
외교·통일분야와 R&D 늘고, 문화·中企 감소
정부부처들이 내년에 지출하겠다고 요구한 예산·기금금액의 총 지출 규모가 312조9000억원으로 나타나 사상 처음으로 본예산 요구액이 300조원을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내년 본 예산안이 사상 처음으로 300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08년부터 올해까지 예산·기금 요구액과 본 예산규모를 비교해보면 3% 내외 안팎으로 차이가 났기 때문에 내년 본 예산규모도 예산·기금 요구액의 3% 내외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2011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 요구 현황을 8일 발표했다. 재정부는 각 부처와 예산·기금요구 협의 및 재정정책자문회의를 거쳐 9월 말 내년 예산안을 확정, 10월 2일까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각 부처가 요구한 내년 예산·기금의 총지출 규모는 312조9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 292조8000억원에 비해 6.9%가 증가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20조1000억원이 늘어난 셈.
재정부는 2005년 총액배분자율편성(Top-down)제도 도입 이후 부처가 예산을 과도하게 요구하는 관행에서 벗어났다고 밝혔다. 내년 예산·기금요구 증가율 6.9%도 최근 3년 평균 수준이라는 것.
총액배분자율편성제도는 재정부가 국책과제와 우선순위에 따라 5개년 재원배분 계획을 수립, 국무회의에서 분야별·부처별로 지출한도를 미리 설정한 후 개발사업별로 각 부처가 자율적으로 예산을 편성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제도의 영향으로 녹색성장, 4대강 사업 등 국책과제와 의무지출을 중심으로 증액을 요구하는 경향이 두드러진 것으로 분석됐다.
녹색성장, 신성장동력, 4대강 살리기 사업, 보금자리주택 건설 등 주요 정책지원에 5조원, 내국세 증가에 따른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 교부금 포함)에 4조7000억원, 국채이자에 3조5000억원의 증액을 요구했다. 기초생활보장 등 4대 공적연금에도 4조1000억원을 증액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
분야별로 보면 외교·통일분야가 3조7000억원을 요구해 올해 본예산(3조3000억원)에 비해 11.8%나 늘었고, 연구개발(R&D) 분야도 13조7000억원에서 15조2000억원으로 10.8%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일반공공행정 분야가 지방교부세 증액으로 53조4000억원을 요구해 9.7%, 4대 공적연금의 증가로 보건·복지·노동분야가 87조3000억원 요구로 7.4%가 늘어났다.
천안함 사건 등으로 방위력 개선, 국방전력유지에 대한 2조원 가량의 증액요구로 총 31조6000억원을 요구해 6.9%의 증가율로 나타났다. 교육분야 역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에 2조2000억원 증액을 요구해 40조5000억원으로 5.8%의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농림수산식품, 환경,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문화·체육·관광 등 4개 분야는 예산 요구 규모가 올해 예산보다 감소했다. 문화·체육·관광분야는 3조7000억원으로 6.1%가 줄었고, 산업·중소기업·에너지분야는 한국석유공사의 출자 등이 5000억원 감소해 14조6000억원으로 3.5%가 감소했다.
농림수산식품 분야와 환경분야는 각각 16조9000억원, 5조3000억원으로 올해 예산보다 각각 2.3%, 2.5%가 줄었다.
한편 내년 예산·기금 요구액이 312조9000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내년 본 예산 규모도 300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화하기는 힘들지만, 2008년부터 올해까지 본 예산안 규모가 예산·기금 요구액의 3% 안팎에서 책정돼왔기 때문.
2008년에는 262조8000억원의 예산안이 편성돼 요구액 256조9000억원에 비해 2.29%가 늘어났으며, 지난해에는 추경예산(301조8000억원)을 제외하고 최초로 편성된 본 예산 규모가 284조5000억원으로 요구액 276조2000억원에 비해 3.04%가 늘어났다.
또 올해 예산·기금 요구액은 298조5000억원이었으나, 본 예산규모는 292조8000억원으로 편성돼 요구액에 비해 1.91%가 적게 편성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