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쓰려면 반드시 본인확인 절차를 거치도록 한 `인터넷 본인확인제(실명제)'가 위헌인지를 놓고 헌법재판소에서 격론이 벌어졌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5는 하루 평균 이용자가 수가 10만명 이상인 정보통신서비스 사업자가 인터넷 게시판을 설치ㆍ운영할 때 이용자 본인확인을 하도록 규정한다.
8일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공개변론에서 헌법소원을 낸 손모 씨를 대리한 전종원 변호사는 "인터넷 실명제는 표현의 자유의 하나인 `익명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뿐 이로 인해 책임있는 의견이 늘었다거나 위법한 표현이 감소했다는 근거가 없다"며 "개인의 권리를 지나치게 침해하고 실질적으로 사전검열 기능을 하므로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또 "인터넷 사업자가 게시판에 글을 쓴 사람의 인적사항을 보관하고 다른 기관에 제출할 수도 있기에 사생활의 비밀, 자기정보 통제권 등도 침해한다"며 "인터넷에 글을 쓰려면 자신의 신원을 공개할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권리의 지나친 제한이고 인터넷이 아닌 매체에 글을 쓰는 사람에 비해 합리적인 이유없이 차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를 대리한 노수철 변호사는 "해당 조항은 게시물에 반드시 실명을 기재할 것을 강요하지 않고 본인확인 절차만을 거치게 하고 있으므로 `실명제'가 아닌 `본인확인제'일 뿐"이라며 "이 규정은 인터넷의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규제"라고 반박했다.
또 "본인확인제도는 인터넷 게시판을 보다 책임있는 공론의 장으로 만들도록 유도하고 게시판을 활성화시킨다"며 "아이핀(i-pin) 등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으면서 본인확인만 할 수 있는 기술이 있으므로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청구인측 참고인으로 나온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본인확인제 실시후 어떤 언론사의 인터넷 게시판은 악성 게시물뿐 아니라 80%의 일반댓글이 줄어들 정도로 위축효과가 발생했다"며 "불법게시물은 아이피(IP) 주소를 통해 추적할 수 있으므로 본인확인제가 피해구제를 위해 필요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방통위측 참고인으로 나온 김주환 홍익대 법대 교수는 "본인확인제는 실명표시제에 비하여 익명표현의 자유를 덜 제한하는 수단"이라며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등이 인정되므로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했다.
목영준 재판관은 "본인확인제가 명예훼손글 등을 막는데 억제력이 있지 않느냐"며 "본인확인제를 하지 않을때 IP추적 등으로 PC방 등에서 쓰는 비방글을 쉽게 추적할 수 있겠는가"를 청구인측에 물었다.
이공현 재판관과 송두환 재판관은 "유튜브 등 해외 사업자에게 본인확인제를 강제할 방법이 있느냐"며 국내 사업자와 해외사업자의 형평성 문제는 없는지에 대한 방통위의 견해를 들었다.
송 재판관은 "이런 규제가 다른 나라에는 없고 우리나라만 있다면 이용자들이 대거 해외사이트로 이동해 결국 규제의 실효도 못거두고 국제적 이미지만 손상될 우려는 없느냐"고 물었다.
민형기 재판관은 청구인에게 "인터넷 익명성의 강조가 금융실명제, 부동산 실명제, 공사 담당자 실명 게시 등 사회의 실명제 추세와 조화될 수 있다고 보느냐"고 질문했다.
손씨 등 3명은 유튜브와 오마이뉴스 등 인터넷 사이트에서 기사 등 게시물을 읽고 자신의 의견을 익명으로 올리고자 했으나, 글을 올리려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의 인적사항을 기재해야 하는 법규정때문에 글을 올리지 못했다며 지난 1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