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원심 뒤집고 사건 고법에 환송
공정위 "개정 표준약관 널리 활용되길 기대"
전국은행연합회 외 16개 은행이 '대출시 인지세 등에 대한 부담주체를 고객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개정 표준약관조항 권장행위가 위법'이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공정위가 개정한 표준약관에 따라 근저당권설정비용은 은행이, 인지세는 은행과 고객이 함께 부담하는 내용의 공정위 개정 표준약관이 널리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공정위는 18일 서울고등법원 지난 2008년 11월에 내린 공정위가 개정한 대출거래 시 표준약관을 은행들에게 사용하도록 권장한 조치가 위법하다는 취지의 판결에 대해 대법원이 공정위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다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과거 은행이 대출거래 시 사용하던 대출거래 약정서, 근저당권설정계약서 등의 표준약관에는 인지세, 근저당권설정비용 등을 은행과 채무자가 협의 하에 선택하도록 돼 있었지만 실제 계약과정에서 대부분 고객이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공정위는 지난 2008년 1월에 비용성격에 따라 은행 또는 고객이 인지세와 근저당권설정비용을 명확하게 부담하도록 표준약관을 개정하고 시중은행 및 은행연합회 등에 사용권장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에 반발한 은행권이 소송을 제기, 2008년 11월 서울고법은 인지세 등의 비용에 관한 부담주체를 고객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이상 기존 표준약관조항 자체는 불공정하지 않으므로 공정위의 개정표준약관 사용권장행위는 위법하다는 내용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4일 대법원은 공정위가 제기한 상고심에서 공정위 패소부분을 파기해 서울고법에 환송하며 "전체 약관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찰한 후에 판단해야 하고 그 약관이 사용되는 거래분야의 통상적인 거래관행, 거래대상인 상품이나 용역의 특성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약관 조항 자체에서 고객의 선택권이 보장돼 있는 기존약관을 불공정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원심판결에 대해 거래관행을 고려해 다시 판단하라는 취지로 파기해 원신법원에 환송한 것.
공정위는 "대법원이 약관조항의 불공정성 여부 판단기준을 명확히 제시함으로써 불공정한 거래관행을 유지하는 사업자들의 행태를 방지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며 "2008년 공정위가 은행에 개정된 표준약관 사용을 권장한 행위의 정당성이 인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어 "대법원 취지가 고등법원 판단에 반영될 경우, 근저당권 설정 비용은 은행이, 인지세는 은행과 고객이 함께 부담하도록 하는 개정된 표준약관이 널리 사용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