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적 거래 입증되면 책임인정…경솔한 투자자도 책임"
단일 주가조작 사건으로 손배 청구액 최대 규모
손해배상 청구액에서 단일 사건으로는 최대 규모인 정국교(51) 전 민주당 의원의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법원이 거액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사기적 거래가 입증되면 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봤지만, 신중하지 못하게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의 책임도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황적화 부장판사)와 민사합의21부(여훈구 부장판사)는 4일 주가조작 피해를 배상하라며 김모 씨 등 투자자 749명이 정 전 의원과 주식회사 에이치앤티(H&T), 당시 이사였던 이모ㆍ연모 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정 전 의원이 고의로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중요사실을 부실 기재하는 등 증권거래법을 위반했다"며 "인과관계 입증이 어려운 주식시장의 특성을 고려할 때 사기적 부정거래가 있었다는 점이 증명되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손해와의 인과관계가 법적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주식거래는 위험을 수반하기 때문에 투자자는 신중하게 거래할 의무가 있다"며 "H&T 주식이 경고 종목으로 지정되고 나서 매입했으면 30％, 정 전 의원의 주식 대량 매각이 공시된 뒤 샀다면 50％, H&T의 사업관련 양해각서 취소사실이 공시된 후 매입한 경우는 70％의 책임을 투자자 본인이 져야 한다"고 기준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일부 투자자가 올린 시세차익을 손해액 산정에서 제외했으며 H&T 회사법인이 배상액의 약 50％를 부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정 전 의원이 약 213억원을 배상하되 이 가운데 약 90억원은 H&T와 회사가 연대해 지급하고 이씨와 연씨도 대표이사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했으므로 일부 책임을 분담하도록 산정했다.
코스닥 상장사 H&T의 대표이사였던 정 전 의원은 2007년 4월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양전지 관련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공시해 주가가 치솟자 회사 지분을 처분, 약 400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H&T의 주가가 폭락하자 주주들은 "정 의원과 H&T가 공표한 허위 정보를 믿고 주식을 샀다가 손해를 봤다"며 집단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선고된 것을 포함해 1306명이 약 630억원의 배상을 요구했으며 5일에는 557명이 260억원을 청구한 사건의 판결이 선고된다.
앞서 대법원은 올해 4월 정 전 의원의 주가조작 행위를 인정해 징역 2년6월과 벌금 130억원, 추징금 86억8000만원을 확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