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국가부도 위기에 대한 우려가 재차 확산됨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6일 국내 금융시장은 그리스에 대한 유로존의 금융지원 방안 논의가 성과없이 끝났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대 혼란을 겪었다.
그리스의 국가 부도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더해 미국 경기지표 둔화까지 확인됐기 때문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날보다 39.90포인트(1.91%) 급락한 2,046.63에 장을 마쳤고, 원·달러 환율은 원·달러 환율은 6.80원 오른 1,089.90에 마감했다.
그리스 사태 불확실성에 따라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화되면서 채권시장은 강세를 보였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07%포인트 떨어진 연 3.61%, 국고채 5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06%포인트 내린 연 3.90%에 고시됐다.
◇"환율 안정이 최우선"
외국인이 국내 자본시장에 투자하려면 서울 외환시장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고 나서야 국내 주식이든 채권시장, 심지어 기업 투자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리스 사태 악화나 미 경기 둔화에 따라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투자자들은 어김없이 안전 자산인 달러를 선호하게 되는데 이같은 경우엔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환전 수요는 씨가 마를 수 있다.
달러 환전 수요가 줄어들면 원·달러 환율은 급등(원화 약세)하게 되고,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주식 순매수세도 종적을 감출 수가 있다.
또 환율이 오를 경우 국가의 부도 위험을 반영하는 우리나라의 신용부도 스와프(CDS) 프리미엄도 급등할 수 있다.
환율이 오르면 국내 모든 금융시장 지표는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7일 "미 경제가 부진하면 세계 경제도 둔화되고 우리나라 실물경제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며 "유럽 재정위기로 달러 강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임 연구위원은 "미 경기 둔화나 유럽 재정 불안으로 달러 변동성이 커지면 국내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질 뿐 아니라 실물 부문은 더 교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오는 23~24일 유럽 정상회의가 열려 (그리스) 구제금융과 관련한 논의가 타결되면 국제금융시장과 국내 시장의 불안정성도 어느 정도 소강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리스 재정위기 해결될까
그리스의 강력한 자구 계획과 국채 만기연장(롤오버) 등을 전제로 300억~600억 유로 내외의 신규 구제금융이 제공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음주 재무장관 회의와 정상회의 등을 거치면서 이러한 방안이 구체화된다면 그리스 사태에 따른 시장 불안 심리는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 연구전문위원은 "오는 7월 시장 예상대로 120억유로를 그리스가 받게 된다면 최악의 상황은 벗어날 것으로 본다"며 " 문제는 내년인 데 유럽중앙은행(ECB)이 제시하는 방식대로 만기가 돌아오는 국체를 채권 보유자가 자발적으로 만기가 더 긴 국채를 전환하는 방식이면 2차 구제금융도 타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로존의 지원이 있더라도 그리스의 재정 위기가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국채 롤오버 및 만기연장 여부에 대해 의견 통일이 되지 않아 유로존의 합의가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결국 국가 부도를 방지하기 위한 타협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유럽시각 오는 20일로 예정된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그리스의 부도 가능성은 50%를 넘어설 것"이라며 "그리스 구제금융에 유로존 국가들이 타협해도 그리스의 (채무)지급능력이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