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죽인 국세청, 검찰 수사동향 '예의주시'
설마 했던 일이 결국 터졌다. 감사원,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등 권력기관들을 뒤흔들어 놓은 부산저축은행 금품로비 사건에서 '청정지역'으로 남아 있던(?) 국세청에도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기 때문이다.
부산저축은행 로비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김홍일 검사장)는 지난 15일과 16일 이틀 동안 부산저축은행의 세무조사 편의를 봐주고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부산국세청 전·현직 직원들을 긴급 체포했다.
검찰에 붙들린 이들은 지난 2009년 부산저축은행 정기세무조사 당시 조사반에 소속된 인사들이다. 15일 체포된 이 모씨는 현재 동래세무서에 근무 중이며, 16일 체포된 유 모씨와 남 모씨는 각각 부산국세청 조사국, 통영세무서에 근무하고 있다.
이들에게 청탁을 넣고 수 천만원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체포된 김 모씨는 부산국세청 세원관리국장 등 고위직을 지내다 퇴직, 부산지역에서 세무사로 활동해 왔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 세무조사 사건을 수임한 김 씨가 착수금 명목으로 받은 금품을 편의제공 청탁과 함께 이들에게 제공한 혐의를 붙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으며 사실관계가 확인될 경우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사 초기, 서광주세무서에 대한 로비시도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었지만, 별탈 없이 끝난 상황에서 국세청은 거대한 돌발 악재를 만난 셈이다. 더 이상 '남의 동네 일'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형편이 된 것.
특히 검찰이 이미 체포된 직원들 이외에도 세무조사 무마 명목으로 로비를 받은 인사가 더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수사를 확대해 나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국세청에 흐르는 '긴장감'의 강도는 시간이 갈수록 더해질 전망이다.
게다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최윤수)에서 진행하는 김영대학편입학원 세무조사 무마로비 사건에도 전직 국세청 국장급 고위간부(세무사 이 모씨) 출신 인사가 연루, 구속되는 등 조금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국세청 사람들은 검찰 수사추이에 잔뜩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아직까지 확대해석은 경계해야 한다는 눈치다.
국세청의 관계자는 "혐의가 사실이라면 세무조사 과정에서 해당 직원들이 거액의 뇌물에 대한 유혹을 이기지 못한 것 아니겠느냐"며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지만 실무 담당자 일부의 과오가 국세청 전체로 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