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교수 "중수부 폐지, 구체적 내용·소신 없어" 지적
17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를 놓고 여야가 혼선을 빚으면서 면피용 대응이라는 비판이 흘러나오고 있다.
여야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1년 4개월 동안 대검 중수부 폐지와 특별수사청 설치, 양형기준법 제정, 대법관 증원 문제, 검-경 수사권 분리 등을 논의하고, 중수부 폐지에 대한 합의를 이루는 성과를 거뒀다.
그런데 이를 두고 검찰이 집단반발하면서 중수부 폐지는 난관에 부딪쳤다. 특히 청와대가 "신중히 검토하라"며 검찰의 손을 들어주자 한나라당은 입장을 바꿨다.
이에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청와대의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했다"고 비판했으며 박영선 정책위의장은 "거수기로 전락한 한나라당의 다수 의원들과 더 이상 논의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입장을 번복하는 한나라당을 믿지 못해 사실상 논의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하지만 중수부 폐지 무산에 대한 비판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에게로 향했다.
한나라당이 여야 합의를 없던 일이라고 한 것도 문제지만, 1년 4개월동안 사개특위위원장에게 매달 600만원씩의 국민 혈세가 들어갔음에도 민주당이 너무 쉽게 6월 말, 사개특위 활동 종료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이에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논의는 계속될 것"이라며 비판 여론 진화에 나섰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이달 말 여야 원내대표가 (사법개혁 문제를) 다시 검토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특히 같은당 주성영 의원은 특별수사청 설치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비판 여론을 잠재우려 하고 있다.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 역시 야5당 결의대회를 통해 "야5당은 국민의 지상명령을 받들어 대검 중수부 폐지와 특수수사청 설치를 18대 국회 임기 내 조속히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명지대학교 김형준 교수는 "중수부를 폐지하고 대안으로 제시한 특별수사청이 어떻게 운영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여야가 대안으로 제시한 특별수사청이 제대로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을 내놓지 못하기 때문에 수시로 입장을 바꾸는 일종의 '면피용 대응'을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구체적인 내용도 없이 중수부를 폐지한다고 논의하다가 한나라당에서 입장을 번복, 논의가 중단돼 국민 혈세만 썼다는 비판이 일자 여야가 다시 중수부 폐지를 논의한다고 한 것은 임기응변식 대응일 뿐"이라며 "이는 중수부 폐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과 소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중수부는 권력핵심에 있는 인사들을 조사하는 곳으로 그 당사자인 국회의원들이 중수부를 폐지한다고 하는 것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없다"며 "국회가 중수부 폐지보다는 사법부 견제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