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 사업이 지난달 입지 선정과 함께 본격화한 가운데, 천문학적 부지 비용 부담 문제를 놓고 정부와 지자체가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과학벨트 거점지구를 가져간 대전시는 정부가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부는 수혜자인 지자체도 나눠 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19일 정부와 대전시 등에 따르면 염홍철 대전시장은 지난 15일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과학벨트 거점지구 조성사업이 국책사업인 만큼 중앙정부에서 부지 매입비를 전적으로 부담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교과부 등 정부 관계자들은 기본적으로 과학벨트 거점지구 유치로 혜택을 받는 지자체가 어느 정도 분담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대전시는 입지 선정 과정 등에서 정부 측에 대덕단지 신동·둔곡지구 364만㎡(110만평) 부지를 모두 과학벨트 조성에 사용하면 전체 공급 가격이 9천600억원에 이른다는 추산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원형지 공급 방식이 아니라 기반 조성을 마친 땅을 기준으로 산정한 것이다.
이 계산대로라면 기초과학연구원·중이온가속기 등 과학벨트 핵심시설에 필요한 최소 면적(165만㎡=50만평)만 사용해도 약 4천400억원의 부지 비용이 필요하다.
당초 제시된 총 5조2천억원의 과학벨트 사업비에는 부지 관련 예산이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지자체가 완전히 발을 빼면 정부는 최소 4천400억원, 많게는 1조원의 예산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교과부 과학벨트기획단은 연말까지 전체 기본계획안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계속 기재부, 지자체 등과 부지 비용 분담 여부, 분담 형태 등을 협의할 방침이다.
우선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에 관한 사업 윤곽이 잡혀야만 필요한 부지 위치나 면적, 관련 비용 등의 구체적 추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기본계획이 확정되고 내년부터 시행사 중심의 본격 부지 개발이 추진되면 부지 비용에도 많은 변수가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시행사 입장에서는 개발 대상 전체 부지의 기반을 조성하고 정부에 공급하는 과학벨트 부지, 즉 공공용지를 뺀 나머지 땅을 기업에 분양하거나 택지 등으로 활용해 수익을 꾀할 수 있다.
따라서 110만평 가운데 실제로 얼마나 개발 대상이 될지, 공공용지 이외 땅에서 얼마나 사업성을 기대할 수 있는지 등에 따라 과학벨트 땅값 수준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용지 이외 부분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면, 공공용지 공급가격은 그만큼 낮아질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이 밖에도 기반 조성 과정에서 도로·수도 등 기반시설을 끌어오는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 등 지자체와 협의할 사안이 많다"며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 시행사가 협의를 거쳐 구체적으로 부지 비용 문제를 확정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