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에 경쟁력을 갖춘 경차 보급을 위해 정부가 힘을 기울이고 있지만 해가 지날수록 중형차 및 대형차 수요에 비해 소형차 증가율은 줄어들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경차 비중은 2002년 50.2%에서 2011년 23.7%까지 감소했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도 꿋꿋하게 20년 동안 경차만 고집하는 금융인이 있어 화제다.
이효근 금융감독원 기업공시제도팀장(사진)이 바로 그 주인공.
이 팀장은 고려대학교 법학과(1985년)와 대학원(1987년)을 졸업한 후 석사장교(9기)를 거쳐 1990년 증권감독원에 입사, 조사국·총무국·런던사무소·프랑크푸르트·제재심의실 등에서 근무했다.
지난 2002년부터 2004년까지는 금융위원회(옛 금융감독위원회) 조사기획과의 창설 멤버로 일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부터는 전자공시 다트(DART)를 운영하는 기업공시제도실에서 근무 중이다. 상장법인의 공시제도를 연구·개선하고, 증권발행회사의 주요경영상황 등 유통공시를 맡으면서 팀장으로서 부서전체를 총괄하고 있다.
그의 경차 사랑에는 명쾌한 논리가 있다.
바로 '우수한 경제성'이다.
지난 1993년 소형차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된 대우자동차(현 한국지엠)의 '티코'를 구입한 뒤 지금까지, 그는 경차의 매력에 빠져 있다.
처음 타던 티코가 사고로 고장 나면서 다시 산 차도 티코였고, 2007년 구입한 '모닝'(기아자동차)은 지난 4년6개월 동안 고장 한 번 제대로 난 적 없이 애용 중이다.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에서 주재원 생활(2004~2007년)을 한 공백 기간까지 합하면, 그는 20년 가까이 경차를 탄 셈이다.
경기도 일산에서 여의도까지 왕복 80킬로미터(km)를 모닝으로 출퇴근하고 있는 그에게 경차의 장점을 묻자 셀 수 없이 많은 대답들이 이어진다.
"요즘처럼 기름 값이 비싼 때에는 저렴한 운행비용이 가장 큰 장점이죠. 과속하면 소음이 나고 기름이 많이 닳으니, 운전이 얌전해지고요. 또 끼어드는 차에 양보하는 마음도 생깁니다. 또 금감원에서 시행하는 차량2부제(홀짝제)에서 자유롭다는 게 무엇보다 좋습니다."
그가 경차를 타게 된 것은 아내 덕분이다. 결혼 전 타던 중고차를 바꾸려다, 아내가 넉넉하지 않은 살림이니 싸면서 신차인 티코를 사자고 제안한 것.
우여곡절도 많았다. 왕십리에서 10년 넘게 산 어머니가 동네사람에게 "창피하다"며 만류하시는가 하면, 호텔 직원에게 문전박대(?) 당한 일도 수두룩하다고.
하지만 한국의 자동차 기술은 이제 세계 최고라고 해도 좋을 만큼 성능이 뛰어나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지금의 모닝도 3년은 더 탈 수 있다"며 "앞으로 살 차도 당연히 경차일 것"이라고 그는 단언했다.
이처럼 허세보다는 실리를 꼼꼼하게 챙기는 그이지만 20년 넘게 열어보지 않았던 비밀수첩을 꺼내 자작시(自作詩)들을 기자에게 공개하는 등 청년같은 풋풋함도 보여줬다.
유년과 청년 시절 틈만 나면 기차여행과 글쓰기를 즐겼다던 그가 풀어낸 시.
"무작정 길을 나선 오늘 하루
가을이 익어가는 바람 속으로
파란 의정부행 전철은 푸드덕 푸드덕
(중략)
어제 보았던 꿈이 흐늘흐늘 창공을 날아
눈까지 새록새록 내리는 망월사 역사에 날개를 접으면
마침내 내 영혼의 우주는 핵분열 하는 카오스"
전철을 두고 '창공을 날아오르는 새'로 표현한 그의 자유로운 필력이 경차 사랑 만큼이나 인상 깊다.
그는 소박하지만 진실성을 담은 올해의 목표를 가슴에 새기고 있다. 지난해에 많은 어려움을 겪은 금감원이 '국민의 사랑받는 기관'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지난해 저축은행 부실사태의 후폭풍이 조직의 근간을 흔든 이후 내부적으로 철저한 자기반성이 이뤄졌다고.
이어 그는 "개인적으로 대학원에 박사 학위 논문을 제출하는 것과 대학생, 고등학생, 중학생인 세 딸이 올바른 진로를 정하도록 돕는 것도 고민"이라며 가장으로서의 속내도 내비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