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어들인 소득에서 한푼의 에누리 없이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 것을 달가워 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더구나 세법이 정해 준 한도를 넘은 세금을 부담하는 것을 '내 탓이오'라며 감내하는 사람은 더더욱 적을 것입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세법이 허용하는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세금을 줄일 방법을 고심하게 되고, 행여 조금이라도 억울한 세금을 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전문가 등의 협조를 얻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 억울함을 풀어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세상은 그렇게 상식대로만 움직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국세청에서 세무조사까지 벌인 끝에 많이 낸 세금을 깎아줬는데, 웬일인지 세금을 깎아준 것이 억울하다며 조세심판원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으니 말입니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 세금 깎아주는게 싫은 그들, Why? = 경기도에 위치한 A회사는 소유한 건물을 김某씨 등 10명이 20년 동안 사용하는 대가로 매월 1억원의 사용료를 받기로 한 뒤, 지난 2008년 건축물사용권(20년) 공급 대가로 67억4000만원짜리 세금계산서를 끊어주고 부가가치세를 냈습니다.
그런데 중부지방국세청은 A회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 당시 세금계산서가 실물거래 없는 가짜세금계산서로 봤고, 관련 매출세액 가운데 5억3900만원을 A회사에 환급했습니다.
이에 대해 A회사는 고마워하기는커녕 세금계산서 발급은 단기임대와는 다른 무형의 재산권을 양도양수한 것으로 거래대상이 존재하는 정당한 세금계산서 거래에 해당한다며 환급결정의 부당성을 알리는 심판청구(참고 심판례 : 조심2010중0808)를 제기했습니다.
서울에 사는 B씨도 비슷한 경우입니다. B씨는 지난 2008년 취득한 부동산을 이듬해 M교회에 양도하고, 양도차손이 발생한 것으로 해서 양도소득세 예정신고를 했습니다.
2010년 국세청은 B씨가 신고한 예정신고에 대해 필요경비사항을 조정한 뒤 양도차익이 난 사실을 발견하고, 2009년 귀속 양도소득세를 추징했습니다.
국세청은 그래도 미덥지 않았던지 B씨에 대한 양도소득세 실지조사를 벌여 B씨가 관련 부동산을 명의상 취득한 것에 불과하고 실제 취득자는 M교회로 판단, B씨에게 추징했던 양도소득세를 전액 되돌려줬습니다.
그런데 B씨는 국세청이 감액경정으로 세금을 자신에게 환급해 준 것은 부당하다며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참고 심판례 : 조심2012서257)를 냈습니다.
□ '상식'을 깨는 그들의 행보, 결과는? = 심판원에 따르면 A회사나 B씨 외에도 국세청이 세금을 깎아준 것이 부당하다며 심판청구를 제기하는 사례는 많다고 합니다.
배우자에게 증여 받은 부동산을 높은 가격으로 평가해 증여세를 많이 낸 C씨에게 개별주택 고시가격으로 계산, 증여세를 깎아줬더니 심판청구(참고 심판례 : 조심2012서1267)를 제기한 사건 등 올해 들어서도 꽤 여러 건의 사건이 접수됐다는 것입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국세청이 세금을 자신에게 깎아줬지만 다른 사람들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등 어쩔 수 없이 심판청구를 해야만 할 말못할 사연들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아무리 부당하다며 심판원 문을 거세게 두드려봤자 결국 '헛심'만 쓰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심판원에서는 이들 사건에 대해 본격적인 법리검토도 벌이지 않고, 곧바로 요건미비에 따른 각하 결정을 내려버리기 때문입니다.
심판원에 따르면 심판청구는 기본적으로 과도한 세금 부과에 대해 억울함을 느낀 사람들만 할 수 있습니다.
세법에서 심사심판청구를 할 수 있는 대상을 세법에 의한 처분으로서 위법 또는 부당한 처분을 받거나 필요한 처분을 받지 못함으로써 권리 또는 이익의 침해를 당한 자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이들은 국세청에서 세금을 깎아준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니 억울한 사정이 없고, 결국 심판청구 자격미달에 해당돼 심판원 검토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