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에 '신바람' 심어주며 최우수지점으로 우뚝
지점 한계 극복하고 '전국구 영업점'으로 발돋움
외환은행 자부심이 33년 금융인 인생 '버팀목'
매주 월요일이면 어김없이 서울시 중구 쌍림동에 위치한 외환은행 퇴계로지점에서 시(詩) 읽는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이는 이곳 강대영 지점장을 비롯해 직원들이 그룹회의 전에 읽는 청량제와 같은 시낭송 소리다.
"매주 월요일 직원들이 회의 전에 돌아가면서 시 한편을 낭송하고 나면 회의가 엄청 부드러워져요. 노래는 할 수 없고 생각해 낸 것이 시낭송이죠. 가끔 제 자작시도 읽어 주곤 합니다."
이처럼 강 지점장이 회의 전에 시낭송을 하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출퇴근 길에 인상 깊게 읽은 한 보험사 건물 벽에 걸린 싯귀 때문. 이는 작은 아이디어였지만 이후 '나비효과'처럼 많은 변화를 몰고 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퇴계로지점은 얼마 전까지 영업본부 내에서 영업실적이 하위를 맴돌던 MD(Most Diffcult)지점이었다. 도대체 이 지점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지난해 하반기 신데렐라처럼 외환은행 최우수지점으로 올라설 수 있었을까?
■ MD영업점, 환골탈태(換骨奪胎) 비법은? = 강대영 지점장이 퇴계로지점으로 오게 된 때가 지난 2010년 7월이었다.
당시 퇴계로지점은 영업본부 내에서도 경영환경과 고객 구성이 안 좋은 MD점포로 분류돼 있었다. 은행 주변에 기업이 별로 없고 대부분 영세 섬유업체이기 때문에 기업금융의 경우 실적도 저조하고 성장 가능성도 저평가됐던 것.
이에 외환은행은 서초지점에서 4반기 연속 업무이익 130% 이상을 달성하고 여신규모를 3배 이상 신장시켰던 강 지점장을 퇴계로지점으로 보임시키며 변화를 주문했다.
"영업성적이 나쁘면 직원들도 정신적으로 침체가 되기 마련이죠. 그것을 바꿔보고 싶었어요."
강 지점장은 침체된 분위기를 일신시키기 위해 매주 월요일 회의 전에 직원들이 시낭송으로 분위기 전환을 하도록 아이디어를 내고, 매월 1회 'FUN&FUN DAY'를 막내 직원에게 정하도록 해 그날을 이른바 '재밌고 재밌는 날'로 만들었다.
영화관람이나 미술관 탐방, 남산길 산책, 음악회 등을 직원들과 함께 하며 침체된 분위기의 대반전을 꾀한 것. 다음달 계획된 한강요트 시승에는 직원들의 기대감이 크다는 것이 그의 귀뜸이다.
이후 그는 직원들의 업무처리 능력 향상을 최우선 과제로 진행했다. 무엇보다 고객들의 영업점 선택에는 직원의 업무능력이 기준 척도로 작용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강 지점장은 직원들에게 매월 자기개발 계획을 세워 제출토록 독려하고, 팀별로 자체 교육을 강화토록 하는 등 개인별 업무능력 향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 같은 노력이 결실로 맺은 게 지난해 하반기 영업지점 평가에서 퇴계로지점이 그룹평가에서 1위, 전국 점포로는 2등에 오른 것.
불과 2년여만에 이 지점의 대출계수는 9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훌쩍 확대됐다. 보통 영업점의 1년 성장률이 10~15%인 점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알토란 같은 영업점으로 변모했는지 가늠이 가는 대목이다.
■ 고객이 안 오면 찾아 가는 '전국구 영업망' 구축 = 강 지점장은 기업분석실 조사역과 여신심사부 심사역 등을 거친 기업금융 전문가로 통한다.
그가 퇴계로지점에서 선택한 기업금융 전략은 '전국구 영업망 구축'이다. 기업고객은 영역 제한이 없기 때문에 고객이 찾아오지 않으면 직접 찾아가는 적극적인 영업전략을 펼친 것.
강 지점장은 원거리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보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로펌이나 회계법인, 기업 등을 탐방하며 어떤 업체에서 빌딩을 매입하려 한다든지 M&A를 추진하거나 공장신축 부지를 물색한다는 정보를 알아낸 뒤 선제적으로 맞춤형 솔루션을 준비하는 것이다.
고객의 니즈를 선제적으로 분석해 자금의 규모나 대출 조건을 고민하고, 거기에 맞는 상품을 제공해 설득하면 영업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강 지점장은 "앉아서 찾아오는 고객을 기다리면 안 된다"며 "선제적 고객대응이 영업의 성패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실제 퇴계로지점은 최근 강원도 속초에 있는 기업 고객을 유치하며 또 한번 타 지점을 놀라게 했다.
또 그는 "상대방이 'NO'라고 했을 때 안되겠구나 포기하면 안 된다"며 "왜 그 고객이 'NO'라고 했을까 원인을 찾고 충족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해 동의를 구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외국인 투자 유치를 하면서 외국환 거래 한 건의 딜로 3억원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으며, 부수적으로 대출을 이끌어 내며 향후 5년 동안 20억원의 이익을 낼 수 있는 큰 거래를 성사시켰다.
특히 외국인 투자 유치 건은 외환은행 본점의 금융공학팀과 수시로 협의를 하면서 성공적인 거래를 이끈 사례.
사실 타행에서 구조도 복잡하고 리스크를 많이 봐 취급을 못했던 건이었는데 외국환파생상품과 선물환 옵션 등은 외환은행의 주전공이라는 자신감도 크게 작용했다.
타행에서 2~3개월 걸려서 결론을 못낸 것을 1주일만에 고객에게 정확한 답변을 건네고, 2~3주 안에 딜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외환은행의 자존심을 제대로 보여 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 "33년 외환人-자긍심이 버팀목" = 강 지점장이 외환은행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79년 2월이며 33년을 한결같이 외환은행을 지켜 왔다.
그가 입사했을 당시는 외환은행과 국민은행에 온라인통장이 생기며 바햐흐로 '리얼타임 거래'가 최초로 시현되는 대변혁기였다.
한편으로는 외국환전문 국책은행인 외환은행이 일반 고객들에게 온라인 통장을 개설하며 상업은행으로 첫걸음을 뗀 시기이기도 하다.
그는 이 같은 변혁기에 외환은행에서 예금업무를 맡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베테랑 선배들이 급작스럽게 빠져 나가며 수출입업무를 담당하게 됐다.
"고객이 서류를 갖다 주면 밤새워 공부하고 자료를 뒤져 그 다음날 처리를 하기를 반복해야 했어요. 이렇게 치열하게 업무를 배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업무에 대한 자신감이 생겨 나더군요."
그는 외환은행과 함께 했던 33년 동안 기억에 남는 스틸컷으로 1997년 IMF 외환위기 때 계동지점에서 근무했을 때를 떠올렸다. 당시 국내 최대의 현대그룹이 어려움을 겪을 때 불철주야로 고객기업이 위기를 넘길 수 있도록 도왔던 기억이 새록새록 했던 것.
더불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외환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대·중소기업 상생대출을 취급하며 자금난에 어려움을 겪었던 기업들에 보탬을 주었던 일도 꼽았다.
그와 외환은행의 이 같은 노력은 지난 1986년 관세환급업무 유공으로 관세청장 표창을 받고, 지난 2009년 12월 중소기업 금융지원 부문 금융위원회 위원장 표창을 받는 것으로 대외적으로 인정을 받았다.
강 지점장은 "IMF 외환위기 때 기업들의 수출대금 추심전 지급업무를 지원했는데 일반은행들은 외환부족으로 그 업무를 못했었다"며 "당시 거래가 없던 고객들이 찾아 와 도움을 받고 '외환은행 때문에 살았다'고 고마워할 때 외환은행에 몸 담고 있는 것에 대해 새삼 보람을 느꼈다"고 술회했다.
33년 동안 외환은행에서 근무할 수 있었던 버팀목도 바로 이 같은 '자긍심' 때문이었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마지막으로 강 지점장은 "저희 지점이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올해 상하반기까지 3회 연속 최우수지점에 올라 명실상부한 우량점포로 공인받는게 목표"라며 "현재 직원들의 능력과 팀워크라면 충분하게 가능성이 있다"고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