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두 채 이상 갖고 있는 다주택 보유자가 특별히 더 내야 하는 세금이 있습니다. 바로 '양도소득세' 인데요.
현행 세법상 한 가구에 주택이 한 채만 있을 경우(1세대1주택)에는 해당 주택을 팔아서 일정 수익을 남겨도 세금을 내지 않지만, 2주택 이상 보유한 경우에는 본래 살고 있는 집을 뺀 나머지 주택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얻는 소득에 대해 일정한 세금을 내야합니다.
기본적으로 한 가족에 한집 살림이면 족하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투기목적을 막기 위해 설정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율은 일반 소득세율(6~38%)에 비해 무거운 편(최대 60%)입니다.
현재 주택거래 활성화 차원에서 일반 소득세율로 과세되고 있지만, 중과세 유예부분은 올해 말로 일몰기간이 종료되기 때문에 연말 세법개정 과정의 '뜨거운 감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긴 사설을 푼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소개할 이야기도 결국 "1세대1주택이냐 2주택이냐" 하는 문제로 납세자와 과세당국 사이에 의견충돌이 빚어진데 따른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일반적인 다주택 양도세 분쟁사례와 달리 이번 사례는 형제간의 동거문제가 분쟁의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 진한 형제애인가? 탈세를 위한 위장동거인가? = A씨는 지난 2001년 아파트 한 채를 매입한 뒤, 10여년이 지난 2010년 5월 경 취득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양도했지만, 1세대1주택 비과세 규정을 적용해 양도소득세를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여기까지는 누구라도 인정할만한 얘기. 하지만 국세청이 A씨를 '다주택자'로 규정,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면서부터 사단이 벌어지게 됩니다.
국세청이 A씨가 해당 아파트를 양도할 당시 그 집에 같이 살던 동생 B씨가 다른 지역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던 사실을 파악, '1세대2주택' 룰을 적용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한 것입니다.
이에 A씨는 즉각 반발했습니다.
비록 동생과 주민등록 상 한집에 살고 있었지만 해당 아파트가 전용면적 114.85㎡(35평)짜리에 방도 4개나 있어서 생활하는 공간은 각각 달랐다는 겁니다. 게다가 동생 B씨는 세법상 독립가구 충족 요건인 '30살'을 넘어선 나이.
더구나 A씨는 아파트 매매 전까지 자영업(음식점)을 통해 본인 스스로 안정적인 소득을 올렸고, 동생 B씨 또한 경찰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따로 봉급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본인 명의의 자동차와 신용카드까지 사용하고 있는 상황.
즉 주민등록상 한 집에 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동생과 생계를 같이하고 있다고 보기 힘든 만큼 국세청의 판단대로 '1세대'로 봐선 곤란하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국세청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조사과정에서 해당 아파트의 '실소유주'에 대한 의심스런 정황이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국세청은 "A씨와 동생 B씨는 어머니 김 某씨와 함께 숙식을 함께하면서 생활했고, 특히 어머니 김씨는 A씨와 B씨가 각각 소유하고 있던 아파트의 근저당권 채무자로 되어 있어 실질적인 관리자로 볼 수 있다"며 "동생은 물론 어머니와 실질적으로 생계를 같이 하는 동거가족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실제로 해당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서 A씨가 신용카드로 여러 차례 생필품을 구입한 정황도 있고, 양도 이전 고시원에서 따로 살았다고 주장하나 사용대금 등의 명확한 출처가 없는 점, 방이 4개라서 따로 살았다고 보기 힘든 점 등을 감안할 때 과세처분은 정당하다고 강변했습니다.
□ 심판원 "세금도 따로냈다. 별개 가족 맞다" = 양 쪽의 의견을 취합한 조세심판원은 결국 A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실제 동거했다 하더라도 그 자체가 현실적인 세대구성 요건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단순히 함께 살면서 한솥밥을 먹는 것과 실질적인 세대구성 요건은 별개라는 것이 심판원의 판단.
심판원은 "생계를 같이 하는 동거가족이란 현실적으로 생계를 같이하는 것을 의미하며, 반드시 주민등록표상 세대를 같이 함을 요하지 않지만 일상생활에서 볼 때 유무상통하고 동일한 생활자금에서 생활하는 단위를 의미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생계를 같이하는 동거가족 여부 판단은 주민등록지가 같은지 여부를 넘어 현실적으로 한 세대 내에 거주하면서 생계를 함께 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주민세, 재산세 등 형제간에 내야할 세금을 따로 납부했다는 점도 이런 판단에 큰 영향으로 작용했습니다.
심판원은 "쟁점부동산 양도 당시 A씨와 B씨 모두 30세 이상이고 별도의 직업과 소득이 있었고, 각자 본인명의 카드를 사용했으며, A씨는 해당 아파트에 대한 취·등록세, 주민세 등을 납부했고, 동생 B씨도 본인 소유 자동차에 대한 취·등록세, 자동차세 등을 별도로 납부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A씨와 B씨 형제는 현실적으로 독립된 세대로 봐야한다는 것이 심판원의 판단. 심판원은 국세청에게 "1세대1주택 비과세를 배제하고 양도소득세를 부과한 처분이 잘못됐다"고 주문하면서 재심사 및 환급결정을 내렸습니다.
위장명의나 증여 등 세무조사 과정에서 각종 탈세수법들을 지켜봤던 국세청은 으레 이번 건도 마찬가지로 생각했지만, 적어도 이번 건은 납세자가 예외를 인정받아 구제받게 됐습니다.
비록 심판원의 결정으로 억울한 세금폭탄은 피했지만, 이번 사례를 통해 나이가 지긋한 형제간의 동거가 양도세 등 세금납부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를 발생시킬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참고심판례 : 조심2012서0497]
